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년 11월 韓개봉, 50만 관객 돌파 우리를 괴물로 만드는 편견 풀어내
“영화 ‘괴물’은 지금까지 만든 제 어떤 작품보다도 제작진과 배우들이 가장 잘해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까지 상영될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않았어요.”
영화 ‘괴물’ 홍보차 내한한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2·사진)이 웃으며 말했다. ‘괴물’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뒤 두 달째 상영관을 지키며 최근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팬데믹 이후 극장 상영 기간이 짧아진 최근 영화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롱런이다. ‘괴물’은 고레에다 감독 영화 중에선 한국 배우들이 주연한 ‘브로커’(2022년·126만 명)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이다. 또 최근 15년 동안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 중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이 관람했다.
5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앤뉴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 팬들의 성원에 대해 “(관객과의 대화에서) 뜨거운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와서 매우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한국 관객들 연령대가 굉장히 낮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브로커’로 경험한 한국의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해서도 “일본보다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현장이 매우 풍요롭고 매력적이다. 노동시간 관리 등에서도 잘 관리되고 있어 일본이 뒤처져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영화 ‘괴물’에서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왼쪽)와 미나토(구로카와 소야)가 외딴 숲속에 만든 아지트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두 소년은 관계가 탄로 날까 봐 숨어서야 비로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상 속에서 실현되지 못하는 시간이 그곳(아지트)에만 있다는 건 그들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것 또한 우리들의 책임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의 ‘동조 압력’ 문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모두 비슷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일본의 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괴물’에서도 두 소년에게 자연스럽게 ‘정상’을 압박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한국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라면 일본은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더 중시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변화를 이끌어가는 돌파구를 여는 게 쉽지 않죠. 저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영화 속에서 그려가고 싶습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