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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박훈상]이재명 통과하는 與공천기준… 한동훈은 왜 손 놓고 있나

입력 | 2024-02-05 23:42:00

박훈상 정치부 차장


“한동훈이냐. 이재명이냐.”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 대표 일꾼을 뽑는 선거다. 하지만 올해 총선 유권자는 투표지에 도장을 찍는 순간 여야 대표를 떠올리며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등판 첫날부터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 이재명’의 현 정부 심판 구도에서 벗어나야 총선에서 이긴다는 정치공학적 해석이 나온다. 그보다는 “범죄를 다루며 수십 년을 살았다”는 한 위원장의 눈에는 본능적으로 이 대표의 범죄 전력이 더 크게 보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의 전과를 공격 무기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최근 재판 중인 대장동 의혹 사건을 비롯해 이 대표의 전과를 열거하며 “정말 놀라운 것은 한 사람이 다 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중 하나로 ‘만취 음주운전’을 직격했다. 국민의힘도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국민 참여 공천 기준에 음주운전이 빠졌다”며 “이 대표의 음주운전 전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 0.158%로 면허 취소 수준이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같은 분이 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면 절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당 공천 잣대로 이 대표의 음주 전력을 판단해 보자. 국민의힘은 음주운전 원천 배제 기준을 총선 선거일 기준 20년 이내 3회 이상, 10년 이내 2회 이상, 2018년 12월 18일 ‘윤창호법’ 시행 이후 1회로 정했다. 음주운전 전력만 따지면 3가지 조건 어디에도 걸리지 않아 이 대표는 국민의힘 총선 후보로 나설 수 있다. 여당은 민주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음주운전 기준을 보면 ‘이재명 방탄 공천룰’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여당에 음주운전 전과 현역 의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일 기준 현역 의원 중 음주운전 전과자는 23명이다. 국민의힘 11명, 민주당 12명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전체 의원이 각각 113명, 164명인 점을 고려해 비율로 따지면 여당(9.7%)이 민주당(7.3%)보다 높다. 여당 의원 10명 중 1명이 음주운전 전과자인 셈이다. 게다가 한 위원장이 직접 임명한 그의 비서실장도 음주운전 이력이 있다. 반면 같은 역할을 하는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음주운전 이력이 없다.

한 위원장은 연일 국민 눈높이와 동료 시민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에겐 있지만 한 위원장에게 없는 것 중 하나는 음주운전 전과다.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인데도 왜 음주운전에 더 엄격하게 다가가지 못하는지 의아하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박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고도 계속 중요 공직에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이 이끄는 당이 중요 공직에 나서는 음주운전 전과자를 어떻게 대할지 동료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