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싼타페 등 8만여대 팔려 그랜저 등 세단은 판매량 감소 전기차, 보조금 공백에 ‘혹한기’ 하이브리드는 전년比 93% 증가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 ‘톱10’ 모델 가운데 8개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레저용차량(RV)이 차지했다. 반면 가뜩이나 성장세가 둔화된 전기차는 해마다 반복되는 1월 ‘보조금 공백’까지 겹쳐 혹한기를 겪고 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1월 자동차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6위 현대자동차 ‘포터’(4927대), 8위 현대차 ‘아반떼’(4438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RV 차량들이 차지했다. 최근 몇 달 사이 신차들이 잇달아 공개된 기아 ‘쏘렌토’(9284대), 현대차 ‘싼타페’(8016대), 기아 ‘카니발’(7049대), 기아 ‘스포티지’(5934대), 현대차 ‘투싼’(5152대) 등이 1∼5위를 휩쓴 것이다. 7위(‘GV80’)과 9위(‘레이’), 10위(‘셀토스’)에도 SUV 및 RV가 이름을 올렸다.
반면 지난해 연간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현대차의 대표 세단인 ‘그랜저’는 전년 동기 대비 60.2% 판매량이 급감하며 11위(3635대)로 밀렸다. ‘아반떼’(4438대)와 ‘쏘나타’(496대)도 각각 27.2%, 80.5% 판매량이 감소해 세단이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전기차는 올해도 여지없이 ‘1월 혹한기’를 겪었다. 통상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이 2∼3월 중 확정되기 때문에 보조금 혜택을 누리려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는 것이다. 현재는 보조금 지급 상한선인 8500만 원 이상의 고가 전기차 위주로 팔리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는 브랜드 전체에서 1월에 딱 1대만 팔았고, 볼보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는 1월에 단 한 대도 못 팔았다. 현대차에서도 ‘아이오닉6’, ‘코나’, ‘포터’ 전기차 모델은 모두 4대씩만 팔렸다. 기아에서도 ‘니로’ 전기차는 21대, 전기차 전용 모델인 ‘EV6’는 29대가 팔리며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2월에 구매한 전기차는 3월에 소급해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면 판매량이 이렇게까지 들쭉날쭉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 차량 중에선 하이브리드 차량의 질주가 이어졌다.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총 3만9712대가 팔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3.2% 늘었다. 1월 판매 1위인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비중이 75%, 2위 싼타페는 62.7%, 3위 카니발은 53.1%로 판매 상위권 모두 하이브리드 의존도가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와 SUV의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급 방식이 확정되는 3월쯤에야 판매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