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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 맞은듯” 칠레 산불 최소 112명 사망

입력 | 2024-02-06 03:00:00

전국서 동시다발… 실종자 수백명
최대 시속 60km 강풍, 피해 키워
유엔 “산불, 2030년까지 14% 증가”




2일부터 중남미 칠레를 강타한 화마로 4일 기준 최소 112명이 숨졌다. 실종자가 수백 명에 달해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화재 진압과 실종자 수색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화재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국 발표와 현지 매체 보도 등에 따르면 2일 중부 발파라이소주(州)의 페뉴엘라 호수 인근에서 처음 신고된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전국 곳곳으로 번졌다. 3일 최대 풍속이 시속 60km를 기록할 정도로 강풍이 분 것 또한 화재 피해를 키웠다.

이로 인해 칠레 중남부에서만 6000채 이상의 가옥, 2만6000ha(약 260㎢)의 땅이 불탔다.

대표적인 해안가 휴양 도시인 비냐델마르를 비롯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 중남부 대부분의 도시가 쑥대밭이 됐다. 공단이 많은 엘살토에서는 한 페인트 공장이 화염에 휩싸였다. 해당 공장 내부의 인화성 물질에 따른 폭발도 발생했다.

1931년 설립된 비냐델마르의 식물원도 화염으로 90% 이상 소실됐다. 이번 화재로 자신의 집도 잃고 이웃이 목숨을 잃는 것까지 지켜봐야 했다는 비냐델마르의 한 주민은 “화재라기보다 ‘핵폭탄’에 가깝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망연자실한 심경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525명의 사망자를 낸 2010년 규모 8.8의 대지진을 언급하며 “2010년 참사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구가 더 뜨거워지면서 폭염이나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유엔은 202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형 산불이 2030년까지 최대 1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칠레 남부에서는 지난해 초에도 4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해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말 인근 콜롬비아에서도 한낮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는 등의 폭염으로 1만7000ha(약 170㎢) 이상의 숲이 파괴됐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