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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투표 용지 첫칸, 민주-국힘 아닌 정의당?… 유권자 혼란

입력 | 2024-02-06 03:00:00

[또 위성정당 총선]
지역-비례 투표용지 순서 달라져
지난 총선처럼 35개 정당 난립땐
수검표 더해져 개표 더 늦어질듯



4년전 48cm 투표지, 이번 총선에도… 제21대 4·15총선이 열렸던 2020년 4월 6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소재 인쇄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총선 투표용지를 선보이고 있다.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된 가운데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 정당투표 용지 길이가 48.1cm에 달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면 22대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이 선택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올해 4·10총선을 65일 앞둔 5일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밝히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2020년 21대 총선에서 벌어진 유권자들의 혼란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거대 양당이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의 정당명은 물론 순서도 달라져 유권자가 선택에 혼란을 겪었다. 더군다나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정당이 난립할 경우 투표지 분류를 수개표에 의존해야 해 개표 지연 우려도 나온다. 결과 발표가 다음 날 아침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에 나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으면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의 정당 순서가 달라지게 된다. 현재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이 1번, 국민의힘이 2번을 배정받는데, 이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으면 비례대표 용지는 첫 칸이 3번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 반대로 위성정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에 해당 위성정당이 부여받는 기호는 지역구 투표용지에서 빠지게 된다. 21대 총선 때는 지역구 첫 칸은 1번 민주당이, 비례 첫 칸은 3번 민생당이 위치했다.

현재 국회 의석수로는 6석인 녹색정의당이 3번을 받는다. 여야 위성정당이나 제3지대 정당이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3월 22일에 6명보다 많은 현역 의원을 확보할 경우 3번을 차지하게 된다.

거대 양당의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의 정당명이 다른 데다 투표용지의 위치도 뒤섞이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를 받아든 순간 당 이름이 생각이 안 났다”, “비례정당 투표용지에 당 이름이 없어서 한참을 찾다가 기권표로 만들었다”고 호소했다.

준연동형 선거제 허점을 노리는 비례대표 전문 정당이 난립할 경우 개표 지연이 현실화될 수 있다. 21대 총선 당시 20대 총선보다 14개 많은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서 투표용지가 48.1cm에 달해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투표지 분류기 처리 용량이 24개, 34.9cm였기 때문. 이에 개표 시간이 앞선 총선보다 4시간 이상 길어진 12시간가량 걸렸다.

선관위는 최근 34개 정당, 46.9cm 길이 투표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신형 투표지 분류기를 도입했다. 이번에도 34개 정당을 넘어서면 똑같이 개표가 지연될 수 있다. 이날 기준 50개의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으며 11개의 창당준비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21대 총선 당시엔 50개 정당이 있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