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회계부정 1심 전부 무죄] “이재용 매주 1, 2회씩 법원 출석… 해외 출장 등 경영활동 차질 불가피” 삼성, 중장기 투자-M&A 속도낼듯 지배구조 개선도 본격화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 합병·회계 부정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래 줄곧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 회장은 그동안 검찰 조사 및 재판 출석으로 장기 해외 출장 등에 제약을 받았고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결정도 정체됐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 속에서 삼성은 사법 리스크라는 경영 족쇄에 발목이 잡혀 온 것이다.
● 이재용 회장, 재판 출석 횟수 96회
검찰 기소 이후에도 1심 선고까지는 3년 5개월이 걸렸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1심 선고일인 5일까지 2년 10개월간 총 107회 재판 중 96회 출석했다. 2022년 회장 취임 첫날과 이듬해 취임 1주년에도 법원에 있었다.
그런 만큼 삼성은 그룹 차원의 중장기 의사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2021년 이후 삼성전자가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거나, 기업을 인수합병한 사례는 없었다. 주력 사업들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에서는 지난해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내며 2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 1위(매출 기준) 자리를 미국 인텔에 내줬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2011년 첫 스마트폰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한 지 12년 만에 미국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 중장기 투자·지배구조 개선 등 나설 듯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이 회장은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지연과 중장기 투자, 신규 M&A 등 산적한 과제들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삼성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 등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M&A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이 “4세 승계는 없다”고 선언한 이래 삼성은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수평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이어 왔다. 2021년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 3개사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한 지배구조 개편안 연구용역 보고서도 최종본이 현재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내부 검토 중인 단계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