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 도하 아스파이어 공원 일대를 파노라마로 찍은 모습. 왼쪽부터 경영, 아티스틱스위밍, 수구 경기가 열리는 아스파이어돔, 아시안컵 조별리그 및 16강 경기가 치러진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도하의 랜드마크인 ‘더 도하 토치’, 다이빙 경기가 열리는 하마드 아쿠아틱 센터. 더 도하 토치 뒤에는 도하 주요 쇼핑몰 중 하나인 빌라지오몰이 있다. 도하=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카타르 도하 일대에서는 지금 두 가지 굵직한 스포츠 행사가 진행 중이다. 카타르 아시안컵, 그리고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다. 아시안컵이 ‘아시아의 월드컵’이라고 할 만큼 큰 행사라면, 세계수영선수권은 각 종목 세계선수권급 대회 중 육상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대회로 꼽힌다. 지난달 13일 개막한 아시안컵은 11일 결승전을 끝으로 폐막하고, 2일부터 시작된 세계수영선수권은 19일까지 이어진다. 약 열흘 동안 두 대회가 겹친다. 시기적으로 먼저 세계수영선수권이 열리기로 예정된 카타르에 지난해 중국이 포기했던 아시안컵 유치까지 결정되며 두 큰 대회가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게 된 것이다.
국토 면적이 약 1만1581㎢로, 한국의 경기도만한 카타르에 아시안컵과 세계수영선수권이 함께 열리다보니 시너지 효과도 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5경기와 16강전 1경기가 치러졌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치러지는 아스파이어 돔, 하마드 아쿠아틱 센터는 가까이 붙어 있다. 그러다보니 적어도 축구경기를 보러 온 사람 중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빌라지오몰(Villagio mall)도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본 떠 만든 카타르 주요 쇼핑몰로, 이곳의 유동인구도 상당하다.
도하 세계수영선수권 수구 경기. 도하=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그 영향 덕분인지 4일부터 매일 하루 종일 수구 예선경기가 열리는 도하 아스파이어 돔에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수중 핸드볼’이라 불리는 수구는 과열될 때는 ‘수중 격투’라고도 불리는데, 격한 몸싸움을 벌이는 도중 선수들의 신체가 노출될 위험이 있어 TV 생중계가 잘 안 돼 직관을 해야 경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수구는 유럽에서 인기스포츠다.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해 철수한 줄만 알았던 중국 취재진들은 대부분 다이빙장에 모여 있다. 다이빙은 각 세부종목마다 중국 선수들이 출전하면 어느 대회에서든 자국 선수들끼리 메달을 다투는 중국의 ‘강세’ 종목이다. 이번 세계수영선수권에서도 중국은 7월 있을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과 관련되는 세부종목에 선수들을 출전시켜 금메달을 수집하고 있다.
‘수영의 꽃’으로 불리는 경영이 현지 시간 기준으로 아시안컵 결승전 하루 뒤부터 시작돼 아시안컵의 열기가 수영선수권대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기자가 아시안컵, 그리고 세계수영선수권 AD카드 2개를 목에 걸고 축구장과 수영장을 오가면 “내가 아시안컵 티켓을 못 구했는데 도와줄 수 없냐”는 질문과 함께 “안 되면 수영이라도 보러 가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심심찮다.
세계수영선수권만 열렸던 2019년 광주에서는 대회 초반만 해도 비교적 한산했던 도시가 경영이 시작된 뒤 ‘수영 황제’ 케일럽 드레슬 등 수영스타들의 역영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도시가 북적였다.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4주 간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3일 귀국한 남자 계영 800m 선수들. 왼쪽부터 이유연, 이호준, 황선우, 김우민, 양재훈. 이들은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7분1초73의 아시아기록으로 수영 단체전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대회 사상 첫 단체전 메달을 노린다. 인천=뉴스1
한국수영은 이번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는 남자 자유형 100m, 200m에서 메달을 노린다. 입상만 한다면 한국 수영선수 최초로 3회 연속으로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선수가 된다. 황선우, 이호준, 김우민, 양재훈, 이유연으로 구성된 남자 계영 800m도 한국수영 세계선수권 첫 단체전 메달을 노리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김우민도 이 종목에서 박태환 이후 13년 만의 입상에 도전한다. 한국의 세계수영선수권 역대 최고성적은 박태환 혼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1개,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던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다.
최근 계영 대표팀 선수들이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4주 간의 훈련을 마치고 3일 한국으로 입국했다. 다이빙 선수단 등을 지원하기 위해 카타르 현지에 가있는 대한수영연맹 직원들은 웨스트베이 쪽에 있는 지원단의 숙소를 7일 경영 선수단의 도하 입국에 맞춰 대회장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기기로 하는 등 ‘계획’을 수정했다. 연맹 관계자는 “전지훈련 성과가 상당히 좋았고, 기록 측면에서도 속단하기 이르지만 남자 계영 800 m에서 ‘6분대’ 진입도 기대해볼만 하다고 한다. 최대한 대회장과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의 편의를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계영 800m는 7분1초73의 아시아기록을 세우며 수영 단체전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6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하마드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3m 스프링보드 예선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오른쪽에서 네번째). 대한수영연맹 제공
6일에는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다이빙 경기장을 찾아 이날 남자 3m 스프링보드 예선에 출전한 우하람, 이재경을 격려하고 관중석에서 응원했다. 참가선수 70명 중 이재경은 14위, 우하람은 15위로 상위 18명이 진출하는 준결선에 올랐다. 준결선은 7일, 결선은 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