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채널A와 인터뷰하고 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는 한국 일각의 ‘자체 핵무장론’과 관련해 “북한처럼 이란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보면 나도 그런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최측근으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동아일보 대담에서 “한국이 동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많다”며 ‘트럼프 2기’ 땐 더 큰 역할을 주문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한국이 미군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미군 전력의 재배치도 시사했다. 아울러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의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협의체)와 오커스(미국·호주·영국 3국 동맹) 참여에도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 국무장관 1순위 후보로도 거론되는 만큼 그의 발언은 ‘트럼프 2기’의 대외정책 방향을 내다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일 것이다. 그는 국제사회의 ‘동맹 경시’ 우려를 의식한 듯 “트럼프의 복귀는 더 안전한 세계, 더 강한 미국, 매우 강한 동맹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쿼드·오커스 참여도 “매우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 행간에는 한국에 날아올지 모를 ‘동맹 청구서’도 적지 않다. 미군 전력의 재배치를 언급하며 한국의 ‘중요한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를 지렛대로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북핵 해결을 위해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에까지 ‘최대 압박과 제재’를 가해 북한을 다시 협상테이블로 끌어올 수 있다는 대목에선 트럼프 1기 시절 롤러코스터를 탔던 비핵화 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엿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