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충돌 막는 야생동물통제대 충돌하면 엔진 고장 일으켜 위험… 주변 먹이 없애고 음파퇴치기 활용 작년 11만3000여 마리 쫓아내 서울지방항공청 등과 합동 통제도
지난달 한 야생동물통제대원이 인천국제공항 내 항공기 이동 지역에서 공포탄이 장전된 엽총으로 조류를 쫓아내고 있다. 이들은 철새 산란기인 3, 4월에 공항 안팎에 설치된 조명탑과 가로수 등을 둘러보며 조류 둥지를 제거한다. 인천공항공사 제공
지난달 10일 오후 2시 20분경 인천국제공항 야생동물통제대에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인천공항 102번 주기장에 도착한 항공기에서 ‘조류 충돌 사고’(버드 스트라이크) 흔적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야생동물통제대원 3명은 조류 음파퇴치기 등을 챙겨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지만 주변 상공에서 새 떼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기에서 조류의 혈흔과 조직을 채취해 국립생물자원관에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했다. 항공기가 무사히 착륙했더라도 충돌한 조류의 종류와 크기, 항공기 손상 정도 등을 분석해야 앞으로 퇴치 활동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권혁락 야생동물통제대장은 “이번에 충돌 사고가 난 새는 겨울철에 많이 발견되는 기러기로 밝혀졌다”며 “조류가 항공기와 충돌하거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인천공항의 모든 지역을 감시하며 매일 14차례 이상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019년 조류 충돌 사고 17건이 발생한 데 이어 2020년 6건, 2021년 10건, 2022년 20건, 지난해 20건이 각각 일어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항공기가 조류와 충돌하면 가벼운 피해에 그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조류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엔진 고장을 일으켜 정상적인 비행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항공기가 일정한 고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새가 없지만 항공기 이착륙 구간에서는 운항 고도가 낮기 때문에 새와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겨울철에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항공기와 충돌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조류 충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야생동물통제대를 운영하면서 공항 내 지역은 연간 평균 2190회, 공항 바깥 지역은 1460회에 이르는 점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만3000여 마리를 공항 밖으로 쫓아냈다. 공항 유입을 막기 위해 지속해서 배수로 슬러지(찌꺼기)와 수초 등을 제거해 불필요한 서식지와 먹이를 없애고 있다. 봄철 산란기에는 공항 주변 조경수와 잡목, 시설물 등에 조성되는 조류의 둥지 제거에 나선다. 첨단 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자동형 음파통제기를 활용해 장거리에서 조류를 퇴치하고 있다. 음파분산기 등으로 새가 싫어하는 음파를 쏴 보호종인 맹금류와 기러기 등을 죽이지 않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쫓아내고 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공항과 영종도 지역의 조류 분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생태조사를 매달 실시한 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며 “서울지방항공청, 국립생물자원관, 공군, 항공사 등과 조류정보를 공유하고 합동 통제활동에 나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