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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행정체제 개편 절차… “하반기 주민 의견 청취”

입력 | 2024-02-07 03:00:00

기초단체 부활-3개 행정구역 개편
행정체제개편위 최종 권고안 수용
새 분권 모델로 도민 생활 편의 증진
2026년 7월 민선 9기 때 시행 계획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6일 제주도청에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고 행정구역을 새롭게 조정하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본격적인 추진 의사를 밝혔다(위 사진). 제주의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진다면 제주도민은 기초자치주민에서 행정시민을 거쳐 다시 기초자치주민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래 사진은 제주 시가지 모습.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제주도는 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권고한 개편안을 받아들이고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절차를 밟기로 했다.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면서 행정구역을 새롭게 조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행정체제 개편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6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제시한 최종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며 “광역과 기초의 사무 및 기능을 재조정해 도민의 생활 편의를 높이는 제주형 행정 구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수용한 최종 권고안은 △시군 기초자치단체 부활 △3개 행정구역(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구분이 핵심 내용이다. 3개 행정구역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와 동일하다.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본격적으로 협의해 올해 하반기에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2026년 7월 민선 9기 출범부터 새로운 행정 체제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은 ‘새로운 분권 모델’이다. 기초자치단체에 상당한 특례를 보장해 과감한 업무 이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법에 정해진 사무를 그대로 적용하면 현재의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와 다를 바 없고, 분권 모델의 선구자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효율적이라고 평가받는 △매장 및 묘지 △청소·생활폐기물 △도로의 개설과 유지·관리 △상수도 사업 △공공 하수도 △대중교통행정 등 광역 인프라 관련 사무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체제 개편이 성공한다면 ‘제주특별자치도민’은 기초자치주민에서 행정시민을 거쳐 또다시 기초자치주민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단일 광역 체제로 바뀌었고 4개 기초자치단체는 기초자치권이 없는 2개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로 조정됐다. 2006년 말에서 2022년 말까지 특별자치 16년 동안 관광객은 531만 명에서 1388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은 8조6999억 원에서 21조481억 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특별자치도 시행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고, 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하는 업무 등 중앙사무 4741건이 제주도로 이양되기는 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기초자치권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행정 참여 및 혜택의 기회가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불균형 심화, 중앙정부의 지원 감소, 행정시의 자율 운영 한계, 권한이 집중되는 ‘제왕적 도지사’ 등에 대한 불만이 쌓였다.

이 때문에 행정체제 개편은 2011년인 민선 5기부터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해 6기, 7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시와 군을 두지 않도록 한 규정 때문에 한계를 넘어설 수 없었다.

지난달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제주자치도의 계층구조 등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행안부 장관이 도지사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민선 8기에서는 개편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