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대신 학자금 대출 갚겠다” 등 고물가에 씀씀이 줄이고 저축 선언
틱톡에서 확산되고 있는 ‘생활비 관리 선언’ 콘텐츠. “여행이나 고급 식당을 가지 않겠다. 그 돈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행렬에 최근 두 달간 60만 명이 동참했다.틱톡 화면 캡처
“올해 외식을 끊고 월 200달러(약 27만 원)씩 아끼겠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25세 여성 내털리 피셔 씨는 4일 소셜미디어 ‘틱톡’ 영상을 통해 이렇게 선언했다. 그는 월 408달러가 드는 고급 헬스장도 드나들지 않을 것이며, 충동 소비도 자제해 월 100달러를 추가로 절약하겠다고 밝혔다. 피셔 씨는 “이번 ‘생활비 관리 선언(loud budgeting)’을 통해 아낀 돈으로 은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피셔 씨 같은 젊은층이 자신의 근검 절약을 자랑하는 ‘생활비 관리 선언’ 챌린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외식, 여행, 운동 등에 쓰는 돈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들은 “우정 여행을 가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학자금 대출부터 갚겠다” “친구들과 비싼 식당에서 식사하는 대신 집으로 초대해 직접 요리하겠다”며 ‘짠물 소비’를 과시했다. 일부 젊은이는 아예 자신의 가계부도 공개하고 있다.
이는 미 경제가 지난해 4분기(10∼12월)에 3.3% 성장하는 등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계급, 세대 등에 따른 빈부 격차 또한 갈수록 커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는 풍부한 은퇴 자금, 집값 상승 등으로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반면 대부분이 무주택자인 젊은층은 치솟는 월세와 생활비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소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만 몰린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2일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45세 이상 민주당원 약 63%는 “미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45세 미만에서는 이에 동의한 사람이 35%에 불과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