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인 가구, 전체의 38.2% 요리-문화체험 등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 3년새 4배 가까이 늘어 “고립되기 쉬운 생활 개선 효과”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1인 가구 지원센터에서 설맞이 만두 빚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자신이 빚은 만두를 들어 보이고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서울시와 자치구의 관련 지원 프로그램 이용자도 3년 새 4배 가까이로 늘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번 설날은 오늘 빚은 만두를 먹으며 보낼 수 있어 덜 외로울 것 같아요.”
2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1인 가구 지원센터. 서울 광진구에서 혼자 사는 박모 씨(64)가 자신이 만든 만두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박 씨는 “혼자 살다 보니 식재료가 남을까 봐 음식을 직접 해먹기보다는 배달시켜 먹는 경우가 많은데 1인 가구 프로그램에서 건강한 음식을 함께 요리해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 1인 가구 프로그램 3년 새 4배 증가
해마다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1인 가구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다. 서울시의 1인 가구 프로그램 참가자는 3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혼자 사는 이들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돕기 위해 요리, 상담, 운동,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1인 가구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날 광진구 1인 가구 지원센터에서는 설맞이 특별 프로그램 ‘함께하면 기분이 좋을 만두’가 열렸다. 진행을 맡은 허정인 사회복지사가 “만두피가 찢어지지 않게 속을 적당히 넣으라”라며 만두 빚는 방법을 설명하자 테이블에 모여 앉은 중장년층 1인 가구 12명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각자 다른 집에서 혼자 살고 있지만, 이날 만큼은 같은 공간에서 만두를 빚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만두 빚기에 참여한 박모 씨(44)는 “혼자 지내다 보면 평소엔 괜찮더라도 가끔 얘기할 사람이 없어 고독할 때가 있는데 명절 앞두고 특히 더 그렇다”며 “여기 나와 보니 새로운 이들도 만나고 설날 떡국에 넣을 만두도 가져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 오모 씨(63)는 “혼자 아플 때가 가장 서럽다”며 “1인 가구 프로그램에 몇 번 참가하다 보니 친구들이 생겨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1인 가구 단체 카톡방’도 만들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달 2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새해 꿈 이룸 명상·요가’ 수업이 열렸다. 강사가 명상용 놋그릇 ‘싱잉볼’을 울리자 맑은 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강사가 “그릇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고 하자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1인 가구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명상에 빠졌다. 퇴근 후 수업에 왔다는 직장인 윤모 씨(46)는 “프로그램이 점점 다양해져서 좋다”며 “다른 수업도 참가해 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시의 1인 가구는 전체 409만 가구의 38.2%인 156만 가구다. 열 집 중 네 집은 혼자 사는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청년 1인 가구가 76만 가구로 가장 많고 중장년이 47만, 노년이 30만 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0년대에는 4인 가구가 가장 많았지만, 2010년대 들어서 1인 가구가 모든 가구 유형 중 가장 비중이 커졌다”고 했다.
● 생필품·밑반찬 제공 등 복지 사업도
1인 가구 맞춤형 복지 사업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은평구에서는 타 시군구에서 은평구로 전입한 청년 ·중장년 1인 가구에 드라이버, 멀티탭, 휴지 등 생활 물품을 담은 ‘웰컴행복박스’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시적으로 청년층을 지원했지만 올해부터 연중 지원으로 확대했다.
양천구는 올해 대표 복지 사업으로 ‘1인 가구 밑반찬 바우처 사업’을 도입했다. 결식 우려 1인 가구에 건강한 밑반찬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 반찬가게와 가맹점 협약을 맺었다. 양천구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반찬가게를 방문하도록 유도해 고립에 빠지기 쉬운 생활 행태를 개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