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내소사 주지 진성 스님 보종각에 방치돼 훼손 우려 절 안에 보존시설 지어 옮겨와 “박물관으로 발전시켜 전시 계획”
내소사 동종은 통일신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예술혼이 잘 깃든 걸작으로 꼽힌다. 용이 입을 벌린 채 살아서 날아갈 것 같은 용뉴(종을 매달기 위한 고리), 섬세한 꽃잎으로 표현된 4개의 당좌(撞座·범종을 칠 때 당목이 닿는 곳), 균형 잡힌 비례와 몸체의 아름다운 곡선 등 뛰어난 조형성과 장식성은 고려 후기 동종의 본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종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두른 덩굴무늬 띠, 어깨 부분에 표현된 입체적인 연꽃 문양도 아름다움을 더한다. 몸체에 부처가 설법할 때 그 주변에서 부처의 공덕을 찬양하는 존재인 천인상(天人像) 대신 삼존상을 부조로 배치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삼존상은 불교에서 받들어 모셔야 할 세 분의 존귀한 존재, 부처와 양옆에 두 보살을 나란히 새긴 조각상을 뜻한다.
보기 드물게 종을 만든 내력이 담긴 주종기(鑄鐘記)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크다. 주종기에 따르면 이 종은 고려 고종 9년(1222년) 한중서(韓冲敍)라는 장인이 만들었다. 원래 ‘청림사’라는 절에 봉안됐다가 1850년(조선 철종 1년) 내소사로 옮겨졌는데, 이런 내용을 적은 이안기(移安記)가 몸체에 새겨져 있다. 한중서는 13세기 초·중반 활동한 장인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고령사 청동북(1213년), 복천사 청동북(1238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옥천사 청동북(1252년) 등 여러 작품을 남겼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은 국보 승격 당시 “내소사 동종은 양식, 의장, 주조 등에서 한국 범종 역사와 제작 기술, 기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주종기와 이안기 등을 통해 봉안처, 발원자, 제작 장인 등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밝혔다.
진성 스님은 “나라의 보물(동종)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수장고를 짓고 국보 승격을 추진했는데 7, 8년 만에 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안=이진구 기자 sys1201 @donga.com
부안=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