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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구본상 복권… 김기춘-김관진 사면

입력 | 2024-02-07 03:00:00

경제인 5명 등 980명 ‘설 특별사면’




정부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61)과 구본상 LIG 회장(54),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85)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75) 등 경제인과 전직 고위 공직자, 정치인 등이 포함된 설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네 번째로 단행된 특사다.

정부는 6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980명을 7일 자로 사면·복권·감형하는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경제인 5명과 정치인 7명이 이번 사면에 포함되지만, 무엇보다 활력 있는 민생경제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번 특사에는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최 부회장과 분식회계 및 사기성 어음 발행 관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구 회장의 복권이 각각 결정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최근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실형이 확정됐던 김 전 실장과 군 사이버사령부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최근 재상고를 취하한 김 전 장관, ‘세월호 유족 사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대열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 등 전직 고위 공직자 8명이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이우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정치인 7명도 포함됐다.

심우정 법무부 차관(장관 권한대행)은 “국가 경제 전반에 활력을 제고하고 정치 이념에 따른 갈등을 일단락해 국민 통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설 특사’ 김기춘 포함, 조윤선 제외… 소액연체 298만명 신용회복



980명 설 특별사면
김장겸-안광한 前 MBC 사장 특사
소상공인-청년-운전업 322명 포함
與 “경제회복-국민통합 위한 사면”… 野 “댓글공작 풀어주는게 법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설을 앞두고 45만여 명에 대한 특별사면이 단행됐으며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LIG 회장 등이 포함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민생경제 분야에서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들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명절을 앞두고 실시되는 이번 사면으로 민생경제의 활력이 더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기춘-김관진 포함, 조윤선 제외


김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은 이번 특사로 남은 형기가 면제되고 복권된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25일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재상고를 포기해 최근 형을 확정받았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총선 및 대선을 전후로 군 사이버사령부에 댓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장관은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최근 상고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 전 실장과 함께 기소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은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재상고를 포기했지만, 특사 명단에선 제외됐다. 다만 조 전 장관은 구속된 기간이 이미 형량을 충족해 복역은 더 하지 않는다.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들이 일제히 재상고를 포기한 것을 두고 ‘약속 사면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외부위원으로 다수 구성되는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기 때문에 사면 대상자와 사전 교감 및 약속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열 지영관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도 잔형집행면제 및 복권 대상에 올랐다.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은 복권 대상이다. 정치인 중에선 이 전 의원을 포함해 김승희 심기준 박기춘 전 의원과 이재홍 전 파주시장, 황천모 전 상주시장, 전갑길 전 광산구청장 등 7명이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 댓글공작’ 혐의로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확정된 서천호 전 부산경찰청장은 형선고실효(선고의 효력을 없앰)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MBC 노조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처벌을 받았던 김장겸 안광한 전 MBC 사장은 형선고실효 및 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렸고, 백종문 권재홍 전 MBC 부사장은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권 국장은 “30년 이상 언론인으로서 언론 발전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고,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이라는 이유로 지난 정부에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진 분들이 다수 사면된 바 있어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 서민·소상공인 298만 명 신용회복


이미 복역을 마쳤거나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경제인 5명은 복권된다. 최 부회장은 2014년 최태원 SK 회장과 함께 계열사 펀드 출자금 456억 원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하도록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구 회장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2014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두 사람은 형기를 모두 마쳐 복권 대상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3명과 34세 이하 청년 129명, 운전업 종사자 160명도 특사 대상에 포함했다.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대상자(음주운전 제외)와 식품 접객업 종사자 등에 대한 행정처분도 특별 감면한다. 식품 접객업자에 대한 특별 감면은 처음이다.

서민·소상공인 약 298만 명의 신용 회복도 추진한다. 2021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발생한 2000만 원 이하 소액 연체를 전액 상환한 경우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채무 변제를 연체한 경우 연체이력 정보의 공유와 활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3월 1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정상적인 경제활동 회복을 위한 ‘민생 사면’이며 사회 갈등을 일단락하고 국민통합의 발판을 마련하는 ‘국민 통합 사면’”이라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국정농단을 저지르고 군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해도 풀어주는 것이 법과 원칙이냐”라며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범죄자를 풀어주면서 국민 통합을 앞세우다니 뻔뻔함의 끝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