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 가정 자식 살해 이어져 돌봄과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고통 "뇌병변장애, 발달장애보다도 소외" "지자체 아닌 정부 차원 노력 필요"
오랜 보살핌 끝에 환자를 살해하는 간병 살인이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극의 고리를 끊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에서 1급 뇌병변장애를 앓는 아들을 40년간 보살핀 60대 아버지가 아들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스스로 걷지 못하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간병을 도맡아 온 것으로 파악됐다.
모친은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생활하며 딸의 돌봄에 전력을 다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뇌병변 장애는 뇌성마비와 뇌졸중 등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중추신경장애다. 해당 장애가 있으면 자력으로 돈을 벌 수 없는 데다 주위에서 계속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돌봄과 경제적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 발표한 ‘발달장애인 지워 정책과 개선 방향’ 연구를 보면,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은 2년 동안 20여 건이 일어났다. 한 달에 한 가정꼴로 간병 살인이 벌어진 셈이다.
해당 연구 결과 2015년부터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됐지만, 가족 돌봄 부담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2018년 발달장애인에 관한 주간 활동 서비스와 방과 후 활동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제공 시간이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두 서비스의 목적이 다른데 동시에 이용하면 중복 혜택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지원 시간을 차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에 포함되지 않는 뇌병변 장애 가정은 이마저도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에는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만 포함되고, 뇌병변 장애는 별도의 유형으로 분류된다”며 “뇌병변 장애인은 발달장애인에 비해서도 제도적으로 훨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뇌병변장애인 지원 조례를 시행해 가족의 휴식과 주간 활동 서비스 지원 등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혼자 뇌병변장애 가정의 간병 살인을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이 원하면 집에 요양보호사를 보내 간병을 도와주고, 더는 집에서 안 되겠다고 가족이 판단하면 시설로 보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돌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