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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부적격 판정’ 김성태 “암처럼 퍼진 ‘핵관’들이 만든 결과”

입력 | 2024-02-07 14:17:00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포럼에서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3.8.24 뉴스1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이 7일 자신에 대한 공천 부적격 판정에 “일부 친윤 의원들이 의도적으로 저를 공천 배제시켰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을 예비후보인 김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이 참담한 결과는 우리 당과 대통령 주변에 암처럼 퍼져있는 소위 ‘핵관’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국민의힘 공관위는 공천 신청자 849명 중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성태 전 의원 등 29명을 부적격 기준에 따라 공천 심사에서 원천 배제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국회 국정감사 때 이석채 당시 KT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정규직 채용이라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2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여당은 입시·채용·병역·국적 비리 등을 ‘4대 부적격 비리’ 기준으로 세웠다.

그는 “당을 원망하지 않고, 대통령을 원망하지도 않는다”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우리 당을 모리배 패거리 정당으로 물들이고 있는 ‘핵관’들이 누군지도 저는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보복의 함정에 빠진 것이 공천 부적격 사유라면, 삼청교육대 출신 ‘핵관’은 공천 적격 사유라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이들이 완장을 차고 호가호위를 하고 당을 분탕질하고 결국 우리 당을 나락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전 의원은 “‘대통령의 술친구’라는 이들은 저를 견제해 왔다. 강서구청장 참패의 책임을 제게 돌리고, 음해와 모함과 누명을 제게 뒤집어씌웠다”며 “무엇보다 저는 ‘채용비리범’이 아니다.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서도 ‘직권남용, 업무방해’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지역구(서울 강서을)에 도전장을 낸 박대수 의원을 겨냥해 “배은망덕한 노총 후배”라며 “한달 전부터 ‘컷오프(공천 배제)’를 운운하고 다녔다. ‘짜고 치는 공천기획설’을 해명하고 전모를 밝혀달라”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회견문을 읽고 기자들과 만나 박성민 의원이 직접 공천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특히 박대수 의원이 이번 강서을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박성민 의원과 소통했다고도 했다.

그는 “시스템 공천이라는 미명하에 다시 그 시스템마저도 표적 맞춤형 공천으로 설계했다. 누가 믿겠나”라며 “박성민 의원을 비롯한 소위 말하는 대통령 측근이라 자처하는 인사들이 이미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총선 구도 만들고 지역 공천까지 자신들이 설계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사면 복권된 자도 공천을 원천 배제한다는 특별 규정을, 대통령 측근 인사라고 공관위에 들어가 있는 한 인사가 주장해서 공관위 기준에 반영시켰다”고 했는데, ‘이철규 의원이냐’는 물음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나아가 “박성민 의원이 공관위에 들어가 있는 핵심 인사를 통해서 박대수를 강서을에 공천해야 한다고, 김성태를 컷오프 시키고 박대수를 해야 한다고 그런 전화를 받았다고 한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단식투쟁을 통해 드루킹 특검을 관철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댓글 조작 유죄 판결을 끌어낸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드루킹 특검’ 정치보복의 굴레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며 “문재인 정권이 덧씌워 놓은 굴레를 우리 당이 그대로 받아 안을 일이냐. 이럴 줄 알았으면 목숨을 건 노숙 단식은 무엇을 위한 투쟁이었나 자괴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김성태보다 경쟁력 대안이 있는가”라며 “당이 오늘 기자회견 통해 밝힌 내용에 대해 납득할 만한 입장이 해명이 없다면 저는 제 정치적 소신과 결심을 강행할 것이다. 최소한 공천 면접 전에는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관위를 통한 공식 이의제기 여부에 대해서는 “당에서 공식적인 이의신청에 대한 안내도 없었고 어제 공관위 결정이 있고 나서 어느 누구로부터 어떤 우리 당의 정치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