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에 의해 활성화되는 ‘paCas13’ 시스템 모식도. KA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빛으로 ‘유전자 가위’의 활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유전자 가위는 ‘불량 단백질’을 만드는 특정 유전자 부위를 제거하는 기술로, 여러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이번에 개발된 유전자 가위는 기존 기술의 문제점으로 꼽혔던 안전성을 높이고 효율을 높인 기술이다.
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허원도 KAIST 교수팀이 유전자 가위에서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 ‘캐스 13(Cas 13)’을 이용해 이같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빛으로 가위의 활성을 조절하게 되면 유전자 가위의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가 표적하는 유전자 외에 ‘멀쩡한’ 유전자를 자르는 ‘오프 타깃’ 부작용을 우려해왔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푸른 빛을 비춰야 가위가 작동하기 때문에 훨씬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령 피부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경우 병변 부위에만 빛을 쪼여주면 그 부위에서, 원하는 시간만큼만 가위가 작동하게 된다.
또 캐스 13의 경우 영구적인 유전체인 DNA가 아니라 필요할 때만 ‘복사’됐다 분해되는 RNA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부작용 문제에서 더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단백질의 크기가 작아져 효율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크기가 큰 단백질의 경우 유전자가 있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 이번에 개발된 유전자 가위는 단백질을 둘로 쪼갰기 때문에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가 비교적 수월하고, 그만큼 유전자 도달율이 높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가 향후 질병과 관련된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RNA 기반 치료법의 발전과 세포 내 RNA 연구 적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월 22일자에 실렸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