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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투 문장”…챗GPT로 가짜 탄원서 제출한 마약사범, 추가 기소

입력 | 2024-02-07 15:24:00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검사 김해경)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위조된 탄원서.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뉴시스


생성형 AI 프로그램인 ‘챗GPT’를 이용해 가짜 탄원서를 조작해 제출한 마약사범이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 김해경)는 구속 중 챗GPT로 탄원서를 위조한 30대 남성 A 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2월 필로폰 투약·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뒤 같은 해 10월 재판 중 법정 구속됐다.

그는 지인과 가족 등 명의의 탄원서를 다수 제출하며 보석을 통한 석방을 시도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 지자체 체육회 관계자 명의의 탄원서도 제출했다. A 씨가 해당 체육회와 협력해 많은 공익활동을 했다며 선처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 담당으로 제출된 탄원서를 검토하던 정기훈(사법연수원 44기) 검사는 문서 위조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탄원서에는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웠다” 등 A 씨의 범행과 무관한 생뚱맞은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전반적인 문체가 어색한 번역 투였으며 A 씨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도 구체적으로 담겨있지 않았다.

검찰은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체육회 및 구치소에 사실조회를 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해당 탄원서는 챗GPT를 이용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치소에 있던 A 씨는 지인에게 ‘○○시 체육회, 공익활동, 당내 경선 문제 해결’ 등 키워드를 넣어 탄원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뒤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A 씨는 해당 체육회와 관련 활동을 한 적도 없고, 체육회 관계자와도 모르는 사이였다. 탄원서에 찍혀 있는 지문은 A 씨 본인이 직접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담당 검사의 치밀한 검토와 적극적인 수사로 가짜 탄원서임을 밝혀낸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검찰은 생성형 AI 기술을 악용한 증거 조작, 위조 범행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