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은 무기 소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타격이 가능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드론시스템 부대를 별도로 창설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기간시설을 드론으로 집중 타격하고 있다.
중동전쟁도 하마스가 드론 공격으로 포문을 열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 역시 드론으로 홍해 바닷길을 마비시키고 있다. 북한도 드론 도발에 적극적이라 한국도 드론 방어체계 구축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젤렌스키 “드론부대 창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2년을 앞두고 드론을 ‘판세 역전’의 한 수로 믿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6일 야간 비디오 연설에서 “우리 군에 드론시스템 부대라는 별도 부대를 창설하는 법령에 방금 서명했다”며 ‘드론 전쟁 속도전’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도 “올해 드론 100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우크라이나는 드론을 적의 심장부까지 타격할 수 잇는 ‘최정예 첨병’으로 여긴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머무는 모스크바 크렘린궁이 지난해 5월 드론 공격에 노출됐다. 같은 해 8월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모스크바 공항이 마비되기도 했다.
러시아 역시 드론은 중요하다.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댐이나 에너지 시설, 탱크 등을 여러 차례 파괴했다. 우크라이나 인터넷매체 ‘유로마이단 프레스’는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의 1인칭 시점(FPV) 드론 생산량이 매달 5만 대인 반면, 러시아는 30만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드론은 심리전에도 안성맞춤이다. 뻔히 드러나는 포격과 달리 드론은 소리 없이 날아가 공격하는 ‘조용한 암살자’이기 때문이다.
● 하마스 드론, 이스라엘 최첨단 무기 파괴
최근 중동전쟁도 또 다른 ‘드론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습의 중심에도 드론이 있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도발을 선제적으로 제압하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개발한 ‘스마트 펜스’의 원격통제 무기 시스템(RCWS)은 작은 드론이 떨어뜨린 소형 폭발물에 허무하게 파괴돼 버렸다.드론은 남의 나라 전쟁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없다. 우리 군 당국은 2022년 12월 발생한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범 사건 등 드론 도발에 대응하려 지난해 9월 국방부 직할 부대로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지난달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이 부대를 방문해 “드론은 전장의 게임체인저”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등 실전에서 효용성이 입증된 무기체계”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12월 발표한 ‘2024~2028 국방중기계획’을 통해서 북한의 드론 도발에 대응한 탐지-식별-타격이 통합된 무인기 방호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무인기를 탐지하고 식별해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으로 타격할 수 있는 소형무인기대응체계 등을 전력화해 방어 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