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조직 피해 아파트./뉴스1 ⓒ News1
7일 미추홀구 일대 148억원대 전세사기 주범 60대 건축업자 A씨(62·남)가 1심 선고공판에서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에서 만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말이다.
사회초년생 26세 B씨의 삶은 2022년 4월에 멈춰있다. 그는 당시 집 우편함에 꽂혀 있던 경매 서류를 뜯어 보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B씨가 곧바로 중개업소에 전화를 하니 업자는 “괜찮다, 보증금은 찾을 수 있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B씨 등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해당 매물을 접했다고 했다. 8000만~1억2000만원으로 신도시와 비교해 저렴하고 상태가 괜찮은 나홀로 아파트였다.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물건이었지만, 공인중개사가 B씨를 안심시켰다.
그는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이 굉장한 부자이고 건물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망할 일이 없다고 안내했다”며 “보험도 많이 가입돼 있고 부동산 공제증서를 보여주면서 문제가 생기면 보상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가 만난 공인중개사는 A씨가 고용한 직원이었다. A씨는 자신의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을 고용했다. 이들의 명의로 5~7개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설하고 급여와 성과급을 지급했다.
A씨는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나 빌라를 직접 건축했다.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으로 자금 돌려막기를 하던 A씨는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고 다수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게 됐다. B씨의 집 역시 이에 포함됐고, 매각이 되면 퇴거해야 하는 상황이다. B씨에게는 매달 내는 은행이자 30만원만이 남아있다.
건축왕 범행 조직도(인천지검 제공)/뉴스1 ⓒ News1
최우선변제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또다른 50대 피해자 C씨는 2020년 B씨와 같은 아파트에 입주하고 한 차례 계약을 연장했다. C씨는 연장 당시 8000만원이었던 전세보증금을 1000만원 올려줬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이 시행 중이어서 5%만 올려줘도 됐으나, 집주인이 들어와 산다는 엄포에 못 이겨 한 계약이었다.
그런데 B씨는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전세보증금이 미추홀구 최우선변제금 대상 기준인 8500만원보다 500만원이 넘어서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피해자들은 2200만~3400만원의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미 낸 전세보증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날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선고공판에서 A씨에게 사기죄의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115억5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또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부동산 중개업자 D씨 등 9명에 대해서는 징역 4~13년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피고인들은 나이 어린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70대 이상 노인과 같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전 재산이자 거의 유일한 재산을 빼앗았다”며 “이 사건으로 청년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임대차 거래에 관한 사회공동체의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또 사기죄의 법정최고형 형량을 높이는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현행 법률은 해당 사건처럼 다수 피해자의 주거생활 안정을 파괴하고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피해 등을 예방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고 직후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A씨 일당에게는 법정최고형도 모자란다”며 “공범 전원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확대해 더 강력한 처벌을 내려 주고 범죄수익 몰수를 통해 피해 회복을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