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출발하듯 부드럽게 가속 130kg 흡음재로 소음 차단… 18개 스피커 ‘콘서트홀’ 같아 지드래곤 타는 등 젊은층도 공략… 판매 시작가 7억1200만 원부터 작년 ‘팬텀’ 한국서 37대 판매
롤스로이스의 최상위 모델인 ‘팬텀 시리즈 II’ 차량 외관.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롤스로이스 ‘팬텀 시리즈 II’ 차량 운전대에 앉았다. 팬텀은 롤스로이스의 최상위 모델이다. 1925년 처음 출시된 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품고 있다. 차 한 대 가격은 시작가 기준 약 7억 원. 여러 옵션을 추가하면 웬만한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보니 평소와 달리 긴장이 됐다.
출발을 했는데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내연기관인데도 전기차를 탄 것 같았다. 팬텀은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자동차로 잘 알려져 있다. 총 130kg의 흡음재를 사용해 외부 소리를 완벽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타이어까지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처리돼 있다고 한다.
긴 차량 길이로 골목 운전이 쉽지 않았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의 휠베이스(2900mm)보다 600mm 이상 길다. 다행히 큰길로 빠져나오니 생각보다 운전이 어렵지 않았다. 가속을 하자 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요트가 부드럽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뒷좌석 모습으로 전용 모니터를 보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고개를 들자 천장에 별들이 보였다. 중간중간 별똥별도 떨어졌다. 조명을 별처럼 천장에 꾸며둔 롤스로이스 ‘슈팅스타’ 장치다. 별을 좀처럼 보기 힘든 서울에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냉장고도 탑재돼 있어 최적의 온도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롤스로이스 팬텀은 ‘회장님’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럭셔리 취향까지 반영하며 고객층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가수 지드래곤이 자주 애용했다. 과거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소유했던 차량이기도 하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직접 롤스로이스 운전을 즐기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승을 마친 뒤 ‘롤스로이스 팬텀을 소유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 봤다. 팬텀 내부 우드 장식에 대한 관계자의 설명이 떠올랐다. 48개 우드 장식들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한 달 넘게 걸리지만 매끄러운 나뭇결을 위해 하나의 차에는 오직 한 그루의 나무만 사용된다. 차량 구매자가 고른 나무로도 제작할 수 있다. 우드 장식에서도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이 철학이 1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팬텀을 지켜낸 비결이 아닐까 싶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