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협상” 7개월 허비 산은, 영구채 등 공정성 논란 자초… 해진공은 세세한 조건 소모적 협상 경영 주도권 이견 못좁혀 끝내 불발 당분간 HMM 재입찰 어려울듯
하림의 HMM 인수가 최종 무산된 가운데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HMM 본사에서 한 직원이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에 떠 있는 선박을 바라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내 유일의 컨테이너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매각이 끝내 무산됐다.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채권단)와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하림)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당사자들은 물론 매각 무산 과정을 지켜본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아마추어 협상 같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채권단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 유력한 인수 후보군을 초청하는 데도 실패해 시작부터 설익은 딜(deal·거래)이었다는 것이다. 국내 해운업계 재편이 시급한 상황에서 약 7개월 동안 입찰을 진행하며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 채권단-하림, 동상이몽 이어져
반면 하림은 채권단이 약 10%의 지분을 남겨두고 경영에 계속 간섭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받아쳤다. 채권단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했는데도 ‘관치’ 기조로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하림 고위 관계자는 “협상에 몇 차례 임하면서 ‘무늬만 매각’이란 생각이 끊이지 않아 굴욕적이었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비싸게 지불하고 사는데, 채권단이 영구적으로 간섭하는 입장을 고수하면 누가 인수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양측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관련해서도 엇갈리는 입장을 보였다. 하림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특성을 고려해, 5년간 지분 매각 제한에서 JKL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해진공이 반대하자 하림은 JKL의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을 3년으로 줄여 달라고 최후 통첩을 건넸다. 그러나 해진공은 이 역시 불가능하다는 입장과 함께 JKL을 컨소시엄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고, 하림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발하면서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 산은-해진공 입장 차 커 재입찰도 난항
투자은행(IB) 업계에선 HMM 매각이 무산된 데에는 관계 기관 모두의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산은은 영구채 물량이 남아 있는데도 입찰 공고상에 관련 내용을 명확히 담지 않아 시장의 빈축을 샀다. 결국 본입찰 과정에서 동원과 하림이 정반대의 계약 조건을 내놓는 상황으로 이어져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해진공은 전 세계 해운업의 재편 국면에서 빠른 결정이 필요한데도 지나치게 세세한 조건들을 요구하며 소모적인 협상을 이어갔다. 하림은 팬오션 유상증자(약 3조 원), 인수금융(약 2조 원) 등의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놨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자금 부족 우려를 온전히 해소하진 못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