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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야? 바닷물고기야?[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08〉

입력 | 2024-02-07 23:30:00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민물고기인지 바닷물고기인지 헷갈리는 어종이 있다. 황복을 주제로 쓴 칼럼(107회)을 읽은 지인이 “민물에 사는 복어가 있는 줄 몰랐다. 바다 복어보다 비싼 이유가 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우선 황복을 민물고기라 한 적이 없음을 인지시켰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라고 했을 뿐이다. 차근차근 해수와 담수를 오가는 물고기에 대해 설명해줬다.

우리 선조들은 바다와 하천을 넘나드는 물고기를 체계적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문절망둑을 김려(우해이어보·1803년)는 바닷물고기라 했고, 서유구(난호어목지·1820년경)는 민물고기에 포함시켰다. 숭어를 정약전(자산어보·1814년)은 바닷물고기라 했으나, 서유구는 강에서 사는 물고기로 봤다. 김려의 유배지는 진해였고,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서유구는 관직에서 물러난 후 임진강 유역에 정착했다. 문절망둑을 김려는 진해의 갯벌, 서유구는 임진강 하류에서 봤을 것이다. 정약전은 흑산 바다에서 숭어를 관찰했고, 서유구는 임진강으로 오르는 숭어를 보고 강어(江魚)로 분류했을 터. 이들 물고기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살 수 있는 기수어(汽水魚)다.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곳에 사는 숭어, 전어, 은어는 물론이고 산란기에 강과 바다를 오가는 황복, 뱀장어, 연어 등도 기수어에 포함된다. 기수어에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서 사는 물고기가 있고,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 머무는 물고기가 있다. 황복, 웅어, 연어, 송어, 철갑상어, 황어, 사백어, 칠성장어, 은어, 빙어 등은 소하성 어류로 바다에 서식하다가 강에서 산란한다. 반대로 뱀장어, 무태장어, 꺽정이 등은 민물에서 살다가 산란하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는 강하성 어류다. 숭어는 주로 바다에 살면서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하구뿐만 아니라 강을 거슬러 오르기도 한다. 본래 바다에 살다가 하천에 산란하는 습성이었으나 담수에 적응해 민물고기가 된 육봉형 어류도 있다. 산천어가 대표적이다. 산천어는 바다로 나갔다가 산란기에 하천으로 돌아오는 송어가 담수에 적응해 민물고기로 굳어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2만여 종의 물고기 중에서 약 1%는 이중삼투가 가능해 민물과 바닷물을 오갈 수 있는 기수어다. 민물보다 바닷물이 밀도가 높으므로 바닷물고기가 강을 오르거나, 담수 어종이 바다로 들어가면 적응하지 못해 죽는다. 농도가 다른 두 용액은 묽은 쪽에서 진한 쪽으로 용매가 이동한다. 이때 반투과성막에 압력이 발생하는데 이를 삼투압이라고 한다. 뱀장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서 2, 3개월 머물며 삼투압과 밀도 변화에 적응한 후 바다로 나간다. 강어귀는 밀물 때 해풍을 동반하는데 뱀장어가 풍천장어라는 별칭을 가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풍천장어라는 이름에는 ‘바람 부는 하천에서 잡히는 뱀장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어느 시인은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라고 했다. 괌 인근 마리아나 해역에서 태어난 것을 평생 기억했다가 머나먼 바다로 떠나는 뱀장어와 무엇엔가에 이끌리듯 강물을 거슬러 올라 여울목에 다다르는 황복. 먹이를 따라 바다로 나간 물고기도 있을 테고, 안전한 곳을 찾아서 강으로 들어온 물고기도 있을 터. 민물과 바닷물 경계를 허무는 경이로운 생명체가 기수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