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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5세 총격범’ 엄마에게 첫 유죄 평결… 총 사주고 범행 당일엔 교사 경고도 무시

입력 | 2024-02-08 03:00:00

檢 “범행의사 알고도 안막아” 기소
가해자 부모에 책임 물은건 처음
4명 살해 아들 가석방 없는 종신형



6일 미국 미시간주 법원에서 제니퍼 크럼블리가 아들의 총기 난사 범행과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폰티액=AP 뉴시스


미성년자인 10대 아들이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죽였다. 과연 그 부모는 책임이 있을까. 책임이 있다면 어느 정도일까.

6일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3년 전 아들 이선의 총기 난사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선의 어머니 제니퍼 크럼블리 씨에게 유죄라고 평결했다. 학내 총기 난사가 빈번한 미국에서도 가해자의 부모에게 살인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물은 것은 처음이다.

CNN 등에 따르면 법원은 제니퍼 씨에게 4월 9일 형량을 선고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최대 15년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제임스 씨의 평결은 다음 달 중으로 나온다. 이번 유죄 평결이 제임스 씨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1월 당시 15세였던 두 사람의 아들 이선은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총을 난사했다. 이로 인해 학생 4명이 숨졌다. 이선은 1급 살인죄로 기소됐고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제니퍼 씨까지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이다.

과제물에 권총과 피 흘리는 사람 그려 미국 미시간주 옥스퍼드의 고등학생 이선 크럼블리가 2021년 11월 총기 난사 직전 제출한 수학 과제물 답안지의 모습. 권총과 피 흘리는 사람을 그린 그림, ‘사방이 피’ ‘내 인생은 쓸모없어’ 같은 말이 적혀 있다. 옥스퍼드=AP 뉴시스

검찰은 제니퍼 씨가 아들의 범행 의사를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막지 않았다고 기소했다. 실제 범행 당일 이선은 교사가 나눠준 수학 과제물에 권총, 피 흘리는 사람 등을 그렸다. ‘사방이 피’, ‘(총기 난사)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내 인생은 쓸모없어’ 같은 글도 썼다.

이를 본 교사는 즉각 부부를 호출했고 “이선에게 정신 상담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교사에게 “하루 전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총을 사 줬다”고 알리지 않았다. 아들을 조퇴시키지도 않고 그냥 학교를 떠났다. 이선은 약 한 시간 뒤 방아쇠를 당겼다.

검찰은 이선이 평소에도 동물을 잔혹하게 고문하거나 죽이는 행동을 반복했지만 부모가 이를 방치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에 이선이 “부모님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 말을 무시한다”고 적은 일기장을 증거로 제출했다.

다만 이번 평결이 부모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며 일종의 연좌제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제니퍼 씨의 변호인 또한 최종 변론에서 “부모가 자녀의 모든 행동을 책임질 수 없다”고 항변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