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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항소심 가면 또 2주 한번 재판 출석” 경영행보 제약 우려

입력 | 2024-02-08 03:00:00

1심때도 3년여간 96회 재판출석
해외 출장-파트너사 미팅 등 차질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격화속
중장기 의사결정 앞둔 삼성 부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검찰의 항소 가능성을 두고 재계에서는 지속되는 사법 리스크 속에 경영 행보가 향후 수년간 또다시 제약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항소심이 진행될 경우 1심에 비해 공판 횟수는 줄어든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 회장의 재판 출석 부담은 이어지게 된다. 앞서 2017∼2018년 국정농단 관련 재판 항소심 당시 이 회장은 약 2주에 한 번 재판에 출석해야 했다. 1심에서도 이미 약 3년 5개월간 96회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해외 출장과 파트너사 미팅 등 일정 조율에 제약을 받았다.

항소가 결정돼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면 삼성의 중대한 경영 판단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을 넘어 시장 회복기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메리 배라 GM CEO가 한국을 찾는 등 글로벌 파트너들의 투자 협력 제안도 종횡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이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운신의 폭은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이 회장의 1심 무죄 판결 직후 “무죄 선고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애플,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의 거센 도전에 고생하고 있는 세계 최대 메모리칩·디스플레이 제조사(삼성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항소심이 이어지면 다시 경쟁사의 도전 속에 삼성은 큰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대만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사들의 신규 투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TSMC는 최근 일본에만 총 200억 달러(약 26조5600억 원) 규모 투자를 발표했으며 인텔도 유럽 전역에 걸쳐 130조 원을 넘는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밝혔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중장기 시장을 미리 내다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 해의 투자 의사 결정이 향후 10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2020년 기소 당시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불기소를 권고했던 사안인 만큼 검찰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잘 고려해주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