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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尹과 갈등에 “생각 다를때 한쪽이 지배하는 관계 안좋아”

입력 | 2024-02-08 03:00:00

관훈클럽 토론회 참석
“공천에 私 들어갔으면 선거 망해
檢 독재라면 이재명 감옥 있을것
총선 이기든 지든 내 인생 꼬일듯”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여러 가지 전후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답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생각이 다를 때 한쪽의 생각이 무조건 지배하는 관계는 안 좋은 관계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건강한 당정 관계를 묻는 질문에 “공적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사적 영역이 관여되는 걸 대단히 싫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당정 관계를 “최상의 관계” “건강한 관계”라고 수식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본인의 관계를 공적인 관계로 규정하며 맹목적인 주종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가 있었던 이유가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주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윤-한 갈등’ 직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취지로 주변에 말하며 사적 관계를 언급한 것과 상반되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친윤(친윤석열) 핵심 공천’ 논란 등에 대해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던 한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공천 원칙을 더욱 구체화했다. 그는 “내부 정치나 자기 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구도를 짜려는 식의 사(私)가 들어가면 선거가 망하는 것”이라며 그 사례로 “자기가 신세 지거나 아는 사람을 은혜 갚는 식으로 끼워 넣는 것”을 들었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업은 친윤 핵심 인사들의 낙하산 공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확고한 공천 장악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공천 문제가 지금은 봉합된 윤-한 갈등 재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서울 마포을 출마를 선언했다가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최근 ‘사천’ 논란에 대해서도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한 달도 안 돼서 집권여당을 사당화할 수 있다면 저는 그분을 찾아서 모셔오고 싶다. 정치의 신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에 힘을 실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은 주변에 ‘한동훈 사당화’를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한 위원장이 이를 반박한 그림이 됐다.

한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운동권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것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검사 독재’로 공격하는 것과 관련해 그는 “검사 독재가 있다면 지금 이재명 대표는 감옥에 있을 것”이라며 “검사를 사칭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니 코미디 같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목표 의석을 151석으로 밝힌 것에는 “이 대표의 목표는 자기의 생존, 당권 유지”라고 했다.

민주당을 ‘운동권 특권 정치세력’으로 맹비판한 한 위원장은 총선 이후 행보도 시사했다. 그는 “(총선에서) 이기면 (당을) 안 떠난다”며 “이기든 지든 4월 10일 이후에 인생이 꼬이지 않겠나. 스트라이크존을 넓혀 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