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감한 현안 메시지 관리 의도 “언론 접할 기회 종종 만들겠다” 野 “소통하겠다며 용산 이전 무색”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으로 집권 3년 차 국정 구상을 국민에게 알리는 방식 대신 특정 방송사와의 대담을 택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8개월간 공식 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있다. 2022년 11월 18일 마지막 도어스테핑 이후 15개월째 공개 질문을 안 받고 있다. 일방적 소통이라는 비판에도 정제된 틀에서 국정 철학을 설명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은 민감한 현안에 대한 메시지 관리를 정교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7일 공개된 대담에서 취임 초 출근길 문답(일명 도어스테핑)에 대해 “젊은 기자들을 출근길에 만나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면서도 “아침 도어스테핑이 저녁까지 종일 기사로 덮이다 보니까 다른 부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메시지 소통이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도 많아 60회까지 하고 일단 중단을 했다”고 했다. 이어 “언론과 좀 더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기자단 김치찌개 간담회 등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면서도 “기자회견은 자칫 지엽적인 논란만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했다. “야당의 프레임이 반영된 질문만 이어질 경우 불거질 리스크를 감안한 성격도 깔려 있다”는 것이다.
대담이 녹화된 4일은 주말이었지만 핵심 참모들이 총출동했다. 윤 대통령은 ‘약속 대담’ 논란을 의식한 듯 준비된 멘트 없이 그간 생각을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종이 한 장 없이 녹화에 들어갔다”며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와 지켜보던 참모들이 당황했는데 윤 대통령은 차분하게 답을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녹화 대담 방송으로 대체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실도, 방송을 주관하는 KBS도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한밤중에 국민 몰래 대담을 방영하려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은 방영도 하기 전에 소통의 방식만으로도 이미 국민 소통을 거부하는 ‘대통령의 오기’로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국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굳이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불통의 대명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