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천~조안 구간 개통…고속도 5000km 시대 2: 1968년 경인선 개통 이후 56년 만의 쾌거 3: 국민 98%가 30분 내 고속도로 접근 가능 4: 주요 고속도로 지하화 등 첨단화 작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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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연휴기간에도 귀성 차량이 몰리면서 서울~부산 구간의 이동시간이 평소보다 2배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에 위치한 서울톨게이트에서 바라본 귀성차량행렬. 동아일보 DB
이번 설 연휴(2월 9~12일)에 서울 거주자가 승용차를 이용해 부산까지 가는 데 걸릴 것으로 예상된 시간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도로공사가 설문조사와 과거 교통정보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입니다. 소통이 원활한 평소(4시간 30분)와 비교하면 2배가 넘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최대 15분 정도가 늘어났습니다. 지난해보다 2.3% 많은 하루 평균 57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돌아오는 길은 조금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8시간 25분으로 예상됐습니다. 1시간 가까이 줄어든 것입니다.
다만 이는 평균치이므로 이동 시간대를 잘 고른다면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우선 귀성의 경우 9일(33.4%)과 설 당일인 10일(36.1%)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설 전날인 9일 오전에 귀성길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귀경은 11일(36.0%)에 가장 많은 이용자가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설 연휴 기간 어느 고속도로를 이용하느냐도 이동시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귀성객 대부분(91.9%)이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즉 이용자가 많은 고속도로를 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교통연구원 등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이 이용될 고속도로는 경부선(26.2%)입니다. 이어 서해안선(12.8%) 호남선(논산~천안·11.3%) 중부선(통영~대전·7.3%) 중앙선(7.2%) 남해선(6.6%) 중부내륙선(6.5%) 영동선(5.8%) 서울양양선(5.6%)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원활한 통행을 위해 교통혼잡 예상 구간별 대책도 마련했습니다. 예컨대 경부선 부산 방면의 경우 상습 교통체증 구간인 서울톨게이트에서 신갈분기점까지 9km 구간에 대해 갓길차로제를 시행하고, 용인서울고속도로로 우회하도록 유도하는 식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개통된 구간을 이용하면 포천시 소흘읍에서 남양주시 조안읍까지 이동거리가 16.4km(50.0km→33.6km)가 줄어들고, 이동시간도 35분(55분→20분)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포천~조안 고속도로는 전체 길이 33.6km, 왕복 4차로 도로로서 민자사업(포천~화도·38.7km)과 재정사업(화도~조안·4.9km) 구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업비만 1조 7400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이 구간 개통은 국내 도로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일로도 기록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국내 고속도로 총연장이 5000km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1968년 12월 21일 경인선(서울~가좌·23.5km) 개통으로 시작된 국내 고속도로가 56년 만에 거둔 쾌거로서 의미가 큽니다.
▶경부고속도 53년…‘산업 대동맥’의 가치[황재성의 황금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707/120132833/1)
● 2000년대는 고속도 건설의 르네상스 시대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 1일 착공되고, 1970년 7월 7일 완공됐다. 불과 2년 5개월 여 만에 대역사를 이룬 것이다. 이후 국내 고속도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산악지대가 많고 도로 건설 기술과 자금력 부족 등으로 서구나 중국처럼 도로 건설에 많은 공을 들이지는 못했지만, 조선시대 최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 도로의 건설 및 관리, 노폭 등을 규정해 둘 정도로 도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도로에 대한 인식이 바뀝니다. 도로 건설이 망국에 이르는 길이란 생각이 권력층을 중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임진왜란 등 잦은 외침을 겪으면서 길을 내지 않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상대적으로 도로망 구축사업아 활발했습니다. 다만 이는 식민지 지배체제를 확립하고, 동시에 경제적 지배체제를 수탈적으로 정비해 나가기 위한 용도였습니다. 그 결과 5263km의 국도 중에서 포장국도는 746.4km에 불과했고, 해방 직후 도로정비는 시급한 국정과제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6·25 전쟁의 여파와 빈약한 재정상황으로 도로망 구축사업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제6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1967년 4월 29일 선거유세에서 민주공화당 후보로 나선 박정희 대통령이 놀라운 선거공약을 내놓습니다.
남한지도에 큰 대(大)자가 그려진 포스터를 선보이면서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는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고속도로 건설은 공론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67년 3월 경인선, 1968년 2월 경부선 착공을 시작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1973년 고속도로 총연장이 1000km에 달할 정도로 폭증합니다. 당시 열악한 건설기술력을 감안할 때 6년 만에 달성한 경이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기 고속도로는 현재와 비교하면 성능에서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경부선과 울산선(언양~울산·개통시기 1969년 12월 29일)를 제외하고 대부분 왕복 2차로에 불과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1980년대는 고속도로 건설 정체기였습니다. 특히 1980년부터 1990년까지 10년 동안 고속도로 연장은 1225km에서 1551km로 326km 늘어나는 데 그칩니다. 경제 호황으로 자동차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였지만 도로 건설에 따른 부동산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결정이었습니다. 그 결과 교통수요 증가 속도를 도로 공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국적으로 극심한 교통혼잡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1990년대 접어들면서 고속도로 건설은 다시 활기를 띱니다. 그 결과 1999년에 총연장이 2000km를 돌파합니다. 이때 서해안선과 중앙선, 통영대전선, 대전남부순환선, 서울외곽순환선 등의 주요 구간들이 신설됐습니다.
이후 7년 뒤인 2006년에 고속도로 연장은 3000km를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늘어납니다. 또 6년 뒤인 2012년에 다시 4000km로 치솟습니다. 2000년대를 ‘고속도로 건설의 르네상스 시대’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2010년대 들어서도 고속도로 연장 증가세가 지속됐습니다. 다만 이때부터는 급격히 증가하는 교통수요와 서비스 고급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작업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이를 위한 고속도로 확장과 고규격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5000km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2년으로 늘어난 이유입니다.
● 경부선 통행료 1조 원 돌파하며 신기록 수립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에 위치한 추풍령휴게소는 국내 1호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이곳에는 경부고속도로 준공비가 세워져 있다. 1971년 개통 당시 추풍령 휴게소 전경. 한국도로공사 제공
도로공사 누리집에 따르면 8일 현재 이용 중인 전국 고속도로는 모두 50개입니다. 이 가운데 민자고속도로 16개가 포함돼 있습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노선도 15개(확장 2개 고속도로 포함)나 됩니다. 다만 7일 개통된 포천~조안 구간 등은 반영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노선 개수는 조만간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고속도로의 통행량(기준시점·2022년)은 하루 평균 860만 4132대로 집계됐습니다. 5년 전인 2018년(7986만7857대)에 비해 8%(63만6275대)가 늘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2020년을 제외하고 통행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행차량의 대부분은 소형차였습니다. 전체의 85.8%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대형차(11.7%) 중형차(2.5%)의 순입니다.
노선별로는 경부선에 전체 통행량의 16.5%(142만 2511대)가 몰리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수도권 1순환선(10.6%) 중앙선(대구부산선·7.2%) 영동선(6.8%) 중부선(통영대전선·5.2%) 서해안선(5.2%) 남해선(5.1%) 등도 비중이 5%를 넘었습니다.
통행료 수입은 하루 평균 115억 1411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통행량과 마찬가지로 2020년을 제외하고 꾸준하게 늘어났습니다.
노선별로는 경부선(28억 원)과 영동선(10억 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 자릿수에 머물렀습니다. 경부선은 연간 통행료 수입이 1조 1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경부선의 연간 통행료 수입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6년(1조 46억 원) 이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반면 하루 통행료 수입이 1억 원을 밑도는 곳도 적잖았습니다. 함양울산선(2542만 원)을 시작으로 남해 제1지선(3233만 원) 대전남부순환선(3703만 원) 대구외곽순환선(4286만 원) 고양담양선(4561만 원) 울산선(5990만 원) 제2경인선(6078만 원) 서천공주선(6921만 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도로공사 고속도로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8일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서 운영되고 있는 휴게소는 모두 208곳입니다. 이 가운데 최초로 설치된 휴게소는 1971년 1월 개장한 추풍령휴게소입니다.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에 위치한 이 휴게소는 부산 기점 214km에 있습니다. 개장 당시 경부선의 총연장이 428km여서, 경부선의 중간점으로 이름을 알립니다. 이런 이유로 경부고속도로 준공비도 세워졌습니다.
다만 현재는 일부 곡선구간이 직선화되고, 양재~한남 구간이 경부선에서 제외되면서 전체 길이가 416.5km로 줄어들면서 중간점이라는 지위는 잃었습니다.
● 3D 프린터로 고속도로 짓는 시대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안성용인 간 고속도로 4공구에서 3D 콘크리트 프린팅(3DCP) 기술로 도로 주변 옹벽을 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공사기간 및 시공인력 감촉, 건설폐기물 최소화 등의 효과도 올렸다. 사진은 3DCP 기술로 옹벽을 시공하는 모습. 한국도로공사 제공
우선 고속도로 지하화는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력한 사업입니다. 국토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의 하나로 “만성적인 고속도로 정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해온 수도권 지역의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지방을 대상으로 지하도로 사업도 추가 발굴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도로 지을 땅이 없다… 도로 지하화 사업은 어디까지 왔나[황재성의 황금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1201/122446809/1)
당초 수도권 제1순환선(서창~김포)과 경부선(용인~서울), 경인선(인천~서울)의 지하화 사업은 2027년 상반기 이후 착공이 유력했습니다. 이를 앞당기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수도권 제1순환선 지하화 사업의 경우 협상과 실시협약 체결을 1년 내 마무리 짓고, 실시계획 승인도 2년 내 처리해 2026년 중 착공할 계획입니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경부선과 경인선에 대해선 1년 안에 조사를 마치고, 2년에 걸쳐 설계를 끝낸 뒤 2027년에는 착공할 방침입니다.
지방 대도시권에서는 지역 교통 흐름과 간선도로망 현황 등을 고려해 지하화 대상을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민자로 추진되고 있는 부산 사상해운대선이 우선 대상입니다. 2025년까지 협상과 실시협약 체결을 끝내고, 2027년 중 실시계획 승인을 거쳐 2028년에는 공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잎으로는 고속도로 휴게소 맛집에서 로봇 셰프가 끓이는 갈비탕이나 라면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도로공사는 7일 영동고속도로 문막(인천 방향) 휴게소에 로봇 셰프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날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식, 라면, 우동코너에 설치된 총 3기의 로봇 셰프는 최대 14인분까지 동시 조리가 가능하며, 갈비탕 해물라면 김치우동 등 13가지 메뉴를 제공합니다.
24시간 운영하는 로봇 셰프 시스템은 휴게소 내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고, 일관된 레시피로 표준화된 맛과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도로공사는 일정 기간 시험을 거쳐 로봇 셰프를 전국 거점 휴게소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3D 프린터로 도로를 건설하는 시대도 임박했습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3D 콘크리트 프린팅(3DCP) 기술로 높이 3m, 길이 25m 크기의 옹벽을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로봇을 활용해 모르타르 등 콘크리트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려가며 입체 구조물을 만드는 게 핵심인 기술인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것입니다.
도로공사는 3DCP를 활용하면 다양한 디자인을 경제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 앞으로 10년 내 건설사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게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또 실제 시공 효과를 분석한 결과, 공사 기간 단축(11일→3일) 시공인력 감소(33명→12명) 건설폐기물 최소화 등과 같은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