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후보자, 성품 온화하고 합리적 철강-신사업 경쟁력 강화 적임자” 후보추천위, 혁신보다 안정 택해 ‘사외이사들과 호화 출장’은 논란
포스코그룹의 10대 회장 최종 후보에 내부 출신의 ‘정통 철강맨’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낙점됐다. ‘순혈주의’를 깨고 30년 만에 외부 출신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혁신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장 후보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포스코의 근원 경쟁력을 강화하고, 2차전지 소재 등 미래 신산업을 확대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8일 후추위는 이날 최종 면접을 거쳐 장 전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포스코홀딩스는 곧이어 이사회를 열고 장 전 사장을 주주총회에 최종 후보로 올리는 안건을 의결했다. 후추위는 “장 후보가 저탄소 시대에 대응하는 철강 사업 부문의 글로벌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충분히 잘 수행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경기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장 후보는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지낸 정통 철강 전문가다. 2018∼2021년 포스코 대표이사를 지낸 뒤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2018년 9대 회장 선임 당시 최정우 현 회장과 최종 2인으로 경쟁했다. 팬데믹 당시 유연생산 체제를 도입해 위기를 극복하고 2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사업 기반 마련에 기여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장 전 사장은 성품이 온화하고 합리적이며 조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조카로도 알려져 있다.
장 후보가 최종 후보로 낙점된 것은 철강업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건설 경기 부진, 중국 경기 침체 등의 타격을 받아 영업이익이 3조53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2% 고꾸라졌다.
포스코의 지배구조 개선도 숙제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회장 선출 때마다 정권 외압설과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 회장을 제외하고는 역대 임기를 채운 회장이 없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전 사외이사는 “현재 이사회가 (수사 등으로) 붕괴 일보 직전인 만큼 지배구조에 대한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후보는 다음 달 21일 주주총회에서 과반의 찬성표를 얻으면 10대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다만 후추위를 구성하는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캐나다 중국 등에 ‘호화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된 만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장 후보는 사외이사들과 2019년 중국을 다녀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