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설명회마다 예비후보들 홍보 경쟁 당장 재건축 못하는데 추진 약속 “과열 부추기고 주민 편익 뒷전” 지적
《선거판 된 1기 신도시 재건축… 총선 예비후보들 ‘공수표’ 남발
지난해 12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후 경기 성남 분당, 고양 일산, 군포 산본, 안양 평촌, 부천 중동 등 1기 신도시는 재건축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오랜 숙원을 풀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이들의 활동도 부쩍 늘었다. 4월 10일 총선에 나가려는 현직 국회의원이나 당내 경선을 준비 중인 예비후보들이다. 재건축 추진은 정치인들이 표심을 얻기 위한 단골 메뉴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말하는 ‘장밋빛 미래’가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경고한다. 재건축이 선거운동의 도구로 활용되다 보면 자칫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총선과 겹치면서 재건축 단지마다 선거운동 판이 벌어지고 있어요.”
분당 재건축 현수막
● 총선 최대 공략 포인트 된 재건축 ‘민심’
김병욱 의원은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엠바고(2월 1일) 전날인 지난달 31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분당은 재건축 선도지구가 2곳 이상 지정될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그는 엠바고 파기 지적을 받고 나서야 글을 삭제했다. 분당의 한 재건축 희망 단지 입주민은 “선도지구 지정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권한인데, 정치권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일산 재건축 현수막
● 달아오르는 선도지구 지정 ‘경쟁’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재건축 추진을 약속하면서 선도지구 지정을 원하는 단지 간 경쟁은 한껏 치열해지고 있다. 분당과 일산 재건축 희망 단지 앞에는 각자 재건축을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 1·2·3단지는 ‘사전 동의율이 80%를 돌파했다’, 서현동 시범단지(우성·현대·한양·한신)는 ‘사전 설문조사(주민동의율)에 참여해 달라’는 현수막을 각각 내걸었다. 선도지구 지정에 관한 지자체 세부 기준은 아직 나오기도 전이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선도지구 지정이 안 되면 재건축을 기약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주민들 사이에서 팽배하다”며 “주민동의율 조사 같은 건 문제도 없는데 답을 내는 식”이라고 했다. 일산도 강촌마을·백마마을(1·2단지), 후곡마을(3·4·10·15단지) 백송마을 5단지 등 3개 단지가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저마다 높은 주민동의율, 용적률 이점 등을 내세워 경쟁 중이다.
모든 신도시가 당장 재건축에 들어갈 수 없는데도 정치인들이 현실성 없는 약속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재건축을 약속하면서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며 “재건축에 회의적인 입장도 수렴하는 등 공정성과 명확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고양=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