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대 강산이 전쟁에 휘말렸으니, 백성들이 무슨 수로 즐거이 나무하고 풀을 베리오.
권하건대 그대여 봉작(封爵)에 대해선 말을 마시오. 장수 하나가 공을 세우면 만 명이 마른 해골로 변한다오.
(澤國江山入戰圖, 生民何計樂樵蘇. 憑君莫話封侯事, 一將功成萬骨枯.)
―‘기해년(기해세·己亥歲)’ 조송(曹松·828∼903)
지위에 연연하는 지배 계층의 허욕(虛慾)을 질타한 반전의 노래. 안사의 난을 계기로 당 제국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고 농민 봉기로 인한 전란이 끊이지 않았다. 시인의 생애로 보아 시제에서 말하는 기해년은 당 말엽인 879년, 중원에서 봉기한 황소(黃巢)의 난이 한창 기세를 떨치던 시기였다. 주로 황허 이북 지역에서 전쟁이 잦았던 데 비해 7년 이상을 끈 황소의 난은 위로는 장안, 아래로는 광둥 지역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방대했다. ‘강남 일대 강산이 전쟁에 휘말렸다’고 말한 건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다는 방증이다. 나무하고 풀을 베는 건 백성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선택한 가장 원시적인 활동. 애당초 즐거울 리 없는 고달픈 노동이지만 시인이 굳이 ‘즐거이’라 말한 건 전쟁의 위험에 대비해 볼 때 그렇다는 것이겠다. 하지만 전쟁에 동원되면서는 이마저도 맘 편하게 할 수 없게 되었으니 그 고초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와중에도 지배 계층에서는 전과(戰果)를 논하고 작위와 상급(賞給)을 따지고 있다. ‘장수 하나가 공을 세우면 만 명이 마른 해골로 변한다’는 준엄한 질타 속에 저들의 탐욕을 향한 시인의 분노가 응축되어 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