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올라온 김종년 씨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며 웃고 있다. 갱년기 등 무기력증을 탈피하기 위해 2016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그는 2020년 교사 명예퇴직 후 보디빌더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교육 무용을 전공한 뒤 30년 가까이 중고교에서 무용 교사로 일했다. 나이 쉰에 가까워지자 갱년기 등 영향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어 무기력해졌다. 여러 방법을 찾다가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예퇴직을 하고 전문 보디빌더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뒤늦게 근육을 키우고 가꾸는 재미에 빠진 김종년 씨(57) 얘기다.
“갱년기가 오니 삶이 좀 무료해졌어요. 여기저기 몸도 이상하고 힘이 없었죠. 수업하기가 버거웠어요. 가끔 운동을 위해 달렸지만 도움이 안 됐어요. 그래서 PT를 받으며 근육을 키웠어요. 그랬더니 몸이 달라지는 겁니다. 자세도 좋아지고 활력이 넘치고…. 삶도 즐거워졌죠.”
양종구 기자
2020년에 명예퇴직을 했다. 김 씨는 “50세가 넘으니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퇴직한 뒤 보디빌딩에 더 매진했다. 2021년 대한보디빌딩협회에 선수 등록도 했다. 그해 11월 YMCA 대회에서 여자부 비키니 피트니스 +163cm 부문 2위를 했고 2주 뒤 대한보디빌딩협회 주최 미스터 앤드 미즈 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같은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김 씨는 2022년 보디빌딩 국가대표 승인 선수로 뽑혔다. 그해 10월 경북 영주에서 열린 국제보디빌딩피트니스연맹(IFBB) 세계피트니스 여자 선수권 마스터스 비키니 피트니스 45세 이상부 2위를 했다. 이듬해 스페인 산타수사나에서 열린 IFBB 세계피트니스여자선수권 및 세계남자보디빌딩선수권에서 마스터스 비키니 피트니스 45세 이상부에서 2위, 오픈부에서 8위를 했다. 그는 “내가 여자부에서 나이가 제일 많았는데 전체를 평가하는 오픈부에서 8위를 했다. 그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느꼈다.”
한국 무용을 전공한 그는 “무용은 몸에 힘을 풀고 시작하는데 보디빌딩은 온몸에 힘을 주고 시작해야 한다. 다만 무용을 하면서 익힌 호흡법이 보디빌딩을 할 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 씨는 이제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응원을 받고 있다. 친구들의 부러움도 사고 있다. 그는 “친구들이 ‘네가 가장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