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정치권, 분열과 혼돈의 싸움만 정치꾼은 많으나 나라 주인이 없는 형국 선진국처럼 ‘전문 중견층’ 일꾼을 뽑아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첫 총선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식을 벗어난 현상을 연출해 왔다. 윤 대통령을 선출한 일등 공신은 누구였는가. 문재인 정부와 조국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그 배후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다. 물론 민주당도 참여했다. 그런데 지금 윤 정부 타도와 탄핵까지 이야기하는 세력은 누구인가. 그 잘못은 또 누구에게 있는가. 야당이 된 민주당과 그 배후인 운동권 세력이다. 국민은 민주당 초창기 대표인 이해찬이 20년 집권론을 펼 때부터 민주주의 장래를 걱정했다. 지금까지 여러 당 대표를 거쳐 이재명에 이르렀다. 그중 누가 대한민국 민주정치를 위해 노력해 왔는지 의심스럽다. 국민이 끝까지 믿고 싶었던 김명수 대법원장까지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그렇다면 누구의 어떤 잘못이 있었다는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고 윤 정부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런데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윤 정부의 실책과 타도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 자세와 방법이 과도했기 때문에 지금은 민주당의 분열까지 자초했다. 제3정치 시대를 창출한다면서 선량한 시민들과 젊은 세대들을 정치무대로 끌어들이고 있다. 국민의힘을 떠난 이준석 세력은 “우리 당에 들어와 국회의원에 출마하라”고 부추긴다. 군소정당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정당인이 되어 정치무대에서 분열과 싸움으로 승리하자는 기세다. 그동안 정치계에서 후진으로 물러서 있던 올드 보이뿐 아니라,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해 정치는 물론 사회질서까지 혼란스럽게 만든 사람들도 다시 정치판에 들어와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나선다. 이렇게 되면 선거 유권자 국민 모두 정치꾼이 되자는 상황이다. 그런 사람들이 정당인이 되어 정치계를 지금과 같은 분열과 혼란으로 이끌어 간다면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가. 정치를 위해 국민의 존엄한 삶의 가치와 정신적 유산까지 포기해도 되는가,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정치인은 많으나 나라 주인이 없다. 선진국이나 전통 있는 사회에서는 적어도 대학을 나오고, 사회 중책을 맡으면 스스로 국가의 주인으로 자처한다. 그들이 국가 중견층을 형성한다. 중견 공무원, 사법부의 판검사들, 교수와 의사들, 중견 예술가들, 그리고 미국에서는 군 대령급 이상은 국가의 중견층 인물들이면서 지도층 인사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경제적 중산층과 함께 국가의 주인으로 자처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성스러운 의무를 등한시한다. 그 결과가 오늘의 국회가 되었다. 전문가는 버림받고 인격과 지식도 갖추지 못한 운동권의 추태가 벌어지고 있다. 주인이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새로 태어날 사람을 뽑는 것이 이번 총선의 급선무다. 우리가 운동권 출신을 걱정하는 것은 사회 중견층 경험이 없는 정치인들이 정권을 차지했고 그 일부는 진보를 앞세운 폐쇄적 좌파였기 때문이다.
자유민주 국가는 누구나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사회를 추구한다. 자유의 특전은 선택이다. 누구나 원하는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진실을 거짓으로 바꾸는 선택은 용납되지 않는다. 대화를 포기한 투쟁은 선한 선택이 아니다. 공동체 의식과 가치는 간단하다. 더 많은 국민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위해 계속 선한 사회를 창출, 발전시켜 가는 역사적 사명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열린 사회로의 대도(大道)를 창조 정진해 본 적이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 닫혔던 문을 열고, 진실에 입각한 자유와 인간애를 위한 선진국으로 진출할 수 있길 바란다. 그 책임을 감당하는 중견층이 역사의 주인이다. 정치는 그 길을 열어주기 위한 의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