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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선 패배 놓고 ‘이재명 탓’ ‘문재인 탓’… 이제 와 서로 손가락질

입력 | 2024-02-08 23:54:00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7일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분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4·10총선 공천에서 임종석 노영민 등 대통령비서실장 출신, 전해철 박범계 등 친문 핵심 장관 출신은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재명 대표가 영입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도 2차례에 걸쳐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기여한 분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운을 뗀 바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은 “대선 패배는 모두의 책임이었다”며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의 때아닌 대선 책임론 다툼은 볼썽사납다. 민주당은 2년 전 대선 및 지방선거 패배 후 백서를 펴내지 못했다. 백서 발간은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당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누구 책임인지를 놓고 내부 갈등만 벌이다 흐지부지됐다. 그러더니 공천을 앞두고 서로 손가락질하고 있다.

패배의 책임은 친명 친문 양쪽에 있음을 유권자들은 안다. 정성호 의원은 부동산 실패, 조국 사태, 엉뚱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3가지를 대선 패배의 이유로 꼽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 의원을 포함해 친명 비명 가릴 것 없이 상식과 반대로 가는 경제 정책이나 조국 옹호를 두고 문제 제기하지 않았고, 일부는 더 옹호하기까지 했다.

문 정부 인사들을 향해서는 윤석열 검사를 중용하고 대선주자급으로 만든 책임도 묻고 있다. 그러나 윤 당시 검찰총장을 몰아세우다가 반문 대선후보로 만든 추미애 박범계 등 전직 법무장관 가운데 박 전 장관만 표적이 되고 있다. 추 전 장관이 친이재명 발언을 내놓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당을 멍들게 했던 ‘내 편이라면 괜찮다’는 논리가 또 어른거린다.

0.73%포인트 차이 석패에 이 대표 책임은 없을까. 이 대표 스스로가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내게 있다”고 말했듯이 막말과 대장동 수사 등 감표 요인들은 자신 말고는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칼자루 쥔 쪽에선 비명에 이어 친문까지 쳐내려는 기류가 존재한다. 친문 인사들은 공천권을 가진 이 대표를 대놓고 겨냥하지 않고 있을 뿐, 속으론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압도적 1당으로 21대 국회를 주도했던 민주당도 심판 대상이다. 그런데도 반성 없는 계파싸움은 멈출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