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2일 항소한 데 이어 8일 이재용 삼성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1심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 47개가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이 회장도 19개 혐의 중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이 이렇게 완패하는 사건은 흔치 않다. 그렇다면 검찰은 기소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게 순리다.
검찰이 항소권을 남용한다는 인식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그래서 2017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항소권을 남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총장이던 2018년 8월 “피고인은 항소할 때 비용을 생각하지만 검찰은 국가 비용으로 소추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피고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항소나 상고는 세밀하게 검토하고 가능성이 없다면 기소된 사람이 2, 3심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잘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두 사건은 모두 윤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때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이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의 무죄 선고가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러나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나거나 형량이 구형량의 일정 기준 이하로 나오면 일단 항소하고 본다. 법원의 판단에 잘못이 있을지언정 검찰의 판단에는 잘못이 있을 수 없다는 오만한 사고의 반영이다. 우리나라 검사는 기소한 사건이 무죄가 나도 크게 불이익을 받지 않고, 인사도 잦아서 재판이 2년 이상 끌면 다른 자리로 가버려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우리와 똑같이 검찰 항소권이 인정되는 독일 일본과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