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 박장범 앵커와 ‘KBS 신년대담’ 녹화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7일 KBS 신년 대담은 그 내용과 형식, 추진 과정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사 한 곳을 정해 사흘 전 녹화한 뒤 대통령실 곳곳을 다니는 장면을 끼워 넣는 편집을 거쳐 내놓은 대담은 홍보용 다큐멘터리를 연상시켰다. 그 질문도 날카로움은 없고 나긋하기만 해서 대담이라기보단 환담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무엇보다 이번 대담에선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고 그래서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너무 많이 빠졌다.
질문은 대체로 윤 대통령이 말하고 싶거나 부득이 할 수밖에 없는 것들에 집중됐다. 그 핵심이었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조차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며 ‘의전과 경호의 문제’로 접근했다. 그러니 “매정하게, 박절하게 끊지 못했다”는 사실상 변명의 장이 됐다. 설령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만났다 해도 그 가방을 왜 거부하지 않았는지, 이후 가방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후속 질문도 없었다.
윤 대통령이 원치 않거나 거북하게 여길 질문은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책임 아래 수사했던 ‘사법 농단’ 사건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고발 사주’ 의혹의 손준성 검사장 1심 유죄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실제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도 없었다. 현 정부 출범 이래 끊이지 않던 인사 난맥상은 물론이고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던 사안들에 대해 국민은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막중한 권한에 상응하는 ‘설명의 의무’를 진다. 그런 피할 수 없는 대통령의 책무를 자기 편의대로 회피하거나 제한해선 안 된다. 언론 역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민을 대신해 묻고 따져야 한다. 미흡하고 부실했던 이번 KBS 대담이 기자회견을 대신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