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겪는 병’으로 인식 편견 바로잡는 노력 담은 작품도 “비극-낙관보다 완치 여정에 초점”
자신의 성격장애를 치료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키키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담은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위 사진)와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와 가족이 겪는 아픔과 희망을 그린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공연제작소 작작·엠피앤컴퍼니 제공
불안, 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바뀌면서 이를 소재로 한 공연들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다음 달 2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소년 에반 핸슨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017년 제71회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으로 아시아에서 공연되는 건 처음이다. 다음 달 5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선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개막한다. 16년째 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 가족의 위태롭고 따뜻한 삶을 그린다.
창작 초연작도 활발히 공연된다. 이달 2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초연되는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엄마의 조현병 확진 이후 세상의 수군거림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17세 딸 사라의 이야기를 그렸다.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됐다.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만성 불안, 불안정한 관계 등을 증상으로 하는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 키키가 등장한다.
작품들에는 편견을 바로잡고 현실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담겼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극 사이사이 해설자가 등장해 병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 원인진 작가는 “관객의 몰입을 깨고 주체적 해석을 요구하기 위함”이라며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연구원 등과 의견을 나눠 작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키키…’의 홍지원 PD는 “기존 공연에서 정신질환은 폭력이나 자살 등 자극적으로 다뤄진 경우가 많았다”며 “비극 또는 낙관에 치우치지 않고 완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