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4개 관계부처, 17개 시·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의대정원 확대 방침 발표 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총파업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전공의들도 대표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총파업 결정만 떨어지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병·의원, 전공의 등에게 면허정지 및 행정처분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도 의료계 단체행동을 겨냥한 정부의 초강경 대응에 힘을 실었다.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따른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복지부의 압박에 대통령실까지 가세하면서 의료계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형국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 집단행동 시 업무개시명령과 면허취소 가능성에 대해 “집단행동이 발생하거나 현실화하지 않았다”면서도 “검토하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의사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일을 소명으로 하고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단행동 등은 충분히 자제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격식을 차린 정중한 표현이지만 곱씹어보면 날이 서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4년 전에도 전공의 파업에 대응해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대응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공의 80% 이상 참여하는 파업이 약 한 달 가까이 지속되자, 정부는 2020년 9월4일 의대 증원 정책을 중단하기로 하고 의협과 합의했다. 또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했으나, 법적처벌 전에 고발 조치를 취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또 필수의료과 기피,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사망 등 문제가 사회적 공감을 얻으면서, 의대정원 증가를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해졌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 발표 당일 “그때(2020년)는 코로나19 감염이 심각해서 일단 국민의 건강과 생명 확보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타협을 한 것”이라며 “만약에 (의사단체가) 불법 집단행동을 하게 된다면 저희는 의료법 그리고 관련법에 따라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 명령을 받은 의사는 즉시 병원에 복귀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정부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다면 ‘의사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다. 의료인이 정부의 복귀 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병·의원에도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을 서면으로 발송했다. 서면에는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 진료거부, 휴진 등은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키는 불법행위”라며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저해하는 진료거부, 휴진 등 집단행동을 하거나, 이를 조장, 교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여 주길 바란다”고 적혀있다.
이어 “본 명령에 반해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하거나 집단행동을 교사·방조 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1년 이내의 면허정지처분 또는 행정처분 및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지난 7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진행된 수련병원 간담회에서는 병원장들에게 전공의 명단 제출을 요구하고, 전공의 집단행동을 관리하지 않으면 병원장을 처벌하거나 병원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한다.
복지부는 수련병원별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담당자를 배정했고, 최근 전공의 1만5000명의 개인 연락처를 취합했다. 일부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사직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공의가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돌입할 경우 문자메시지 등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보낼 방침이다.
다만 전공의 개인연락처를 취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닌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연락처를 취합한 사유는 수련 체계에 대한 파악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지난해에도 파악을 한 바 있다”고 일축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