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조선대-연세대 연구팀 적은 비용으로 대량 합성 가능 검사 접근성 높여 조기 발견 기대
고려대 화학과 김종승 교수(차세대분자테라노시스연구단 단장), 조선대 의생명과학과 이건호 교수(가드코호트연구단 단장), 연세대 약학과 김영수 교수 공동 연구팀은 치매 유발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형광물질 개발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치매 동물 모델뿐 아니라 사람의 뇌 조직과 체액 검사를 통해 인체 적용 가능성을 입증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에 예측하고자 하는 신의료 기술 분야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노인성 뇌질환으로 치매 환자의 70% 이상이 여기에 속한다. 알츠하이머병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로 발병하며 기억력과 인지력 저하 증세를 보이는 것이 주요 특징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악화해 인간의 정체성까지 잃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치매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베타아밀로이드로 불리는 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신경염증을 유발해 뇌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유로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 속에 쌓여 있는 것을 조기에 발견해 이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를 투약하는 방안이 유일한 근본적 치료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뇌 속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와 직접 결합해 형광을 발하는 물질을 이용, 범용적인 치매 예측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연구력을 집중해 왔다. 이번에 발표한 연구 결과로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직접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척수액에서도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해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에 특이하게 결합하는 형광물질을 설계한 고려대 김종승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물질은 적은 비용으로 대량 합성이 가능해 1만 원 이하로 치매 조기 예측 검사가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라며 “국민건강검진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 개발을 위해 남아 있는 마지막 장벽은 혈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안정적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혈액 진단 검사 전문 기관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 최대 지역사회 치매 고위험군 코호트(가드 코호트)를 구축해온 조선대 이건호 교수는 “대규모 신속 검사가 가능한 범용성 높은 치매 예측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선 증상이 없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치매 발병 예측 정확도를 입증해야만 한다”라며 “지난 10년간 60세 이상 지역민을 대상으로 정밀 의료 검사를 통해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해 장기 추적 관리와 동시에 혈액 검체를 확보해 왔기에 가드 코호트의 검체를 활용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치매 발병 예측 정확도를 검증할 수 있어 수년 이내에 국민건강검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리더연구지원자지원사업, 한국뇌연구원 서남권협력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 과기정통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신 호에 게재됐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