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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뒤덮은 잿더미에서 나올 수 있도록”… 소방관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 운영

입력 | 2024-02-14 03:00:00

한림대한강성심병원
PTSD 극복-심신 안정법 강연
고압산소치료 등도 함께 진행




소방관의 45%는 출동 벨 소리에도 심장이 ‘쿵쿵’ 하는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제공

최근 공장 화재 사고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하면서 다각도의 소방관 보호 시스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상 전문병원인 한림대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은 지난해부터 소방관 전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과 재단은 작년 5월 11일부터 31일까지 총 21일간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 1057명을 대상으로 트라우마와 PTSD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업무로 인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소방관은 45%(477명) △트라우마를 치료해 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소방관은 74%(354명) △소방 조직 내 트라우마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느낀 소방관은 65%(682명) △소방관 전문 트라우마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방관은 84%(883명)에 달했다. 참여자들은 PTSD와 관련된 키워드로 CPR(심폐소생술), 출동 벨 소리, 사고, 기억, 현장, 출근, 부상 등을 꼽았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림대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은 소방관의 심리 정서를 지원하기 위해 작년 5월부터 10월까지 소방관 대상 트라우마 전문 치료 프로그램 ‘소방관 트라우마 119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이후 현재까지 서울 소재 소방관 18명을 대상으로 무료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소방관 트라우마 119 아카데미는 총 3개의 세션으로 이뤄져 있다. 세션 1은 이병철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이 ‘예측하는 기능을 가진 뇌와 트라우마 극복’을 주제로 강연한다. 소방관이 사고 현장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후 변화된 환경과 몸 상태에 적응하고 수용하는 방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션 2는 황세희 한림화상재단 사무과장이 ‘신체 감각 치료 기반의 정서 조절 치료 프로그램’이란 주제로 소방관이 트라우마에 대처할 수 있는 심신 안정 방법을 알려준다. 세션 3은 권승신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사회사업팀의 의료 사회복지사가 ‘인지 처리 치료 프로그램’을 주제로 소방관이 외상후스트레스에 대처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아카데미에서는 자율신경계 정밀 검사, 트라우마 최적화 중재 치료, 고압산소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소방관은 총 4회에 걸쳐 각 세션을 조합해 듣고 가능한 일정에 예약해 참여할 수 있다.

아카데미를 수료한 소방관 강 모 씨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조절하고 지킬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료자 소방관 신 모 씨는 “소방관에게 맞춘 전문 치료 프로그램이 생겨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도움이 필요한데도 망설이는 동료들이 많이 알고 참여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