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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베란다 끝에 모녀가” 119 오기전 불길 뛰어든 경찰

입력 | 2024-02-13 03:00:00

소방지원 요청 받고 가장 먼저 도착
“기다리면 늦겠다, 사람부터 살리자”
화재 확산 막고 소방대 진입 도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빌라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동작경찰서 제공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50대 경찰관이 집 안에 갇혀 있던 모녀의 구조를 도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2일 서울 동작경찰서와 동작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4동에 있는 한 빌라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 5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불이 났던 빌라 주택 안에는 4세 아이와 어머니가 탈출하지 못한 채 베란다 창가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화염이 머리 위로 치솟으며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타서 눌어붙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날 화재 현장에는 소방 공조 요청을 받은 동작서 사당지구대 이강하 경위(50·사진)가 인근을 순찰하다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약 5분 뒤 소방차 1대가 도착해 화재 진압과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경위는 “기다리고 있다간 늦을 것 같아 사람부터 살리자는 생각으로 일단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고 했다.

이 경위가 빌라 건물 3층으로 진입해 살짝 열려 있던 현관문을 열자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불이 더 번지는 걸 막기 위해 그는 현관문을 닫고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와 창문에 구조용 사다리를 놓는 소방대원들을 도왔다. 소방대원이 사다리를 타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고 이 경위는 사다리 아래에서 모녀를 넘겨받는 등 구조를 도왔다. 오전 11시 19분경 화재는 완진됐지만 자칫 대처가 조금만 늦었다면 모녀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녀가 살던 빌라 주택 주방에서 난 것으로 추정되는 불로 해당 주택이 전소됐지만 모녀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시 연기를 흡입해 인근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경위는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의 공이 가장 컸고 나는 빨리 도착해 도울 수 있었던 것뿐”이라며 “당시 입고 있던 경찰 점퍼가 시커멓게 탄 걸 뒤늦게 알게 됐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당시 화재 구조와 진압을 지휘한 김병일 동작소방서 소방위는 “1초가 아까운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라 현장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절실했다”며 “구조를 도와줘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경위는 강간, 강도, 성추행 사건 범인을 다수 검거한 공적으로 2022년 경찰청 상반기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됐다. 동작서 관계자는 이 경위에 대해 “평소 묵묵히 맡은 일을 잘하고 솔선수범하는 경찰관”이라고 전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