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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친문 내전 부평을 “배신자 청산해야” “친명팔이 행패”

입력 | 2024-02-13 03:00:00

친문 현역-친명 대결지역 르포
李 “이재명 등 뒤서 칼 꽂는 세력”
洪측 “시-구의원 전체 지지받아”
안산상록갑서 전해철-양문석 격돌… 全 “지역 일꾼” 梁 “반개혁파 축출”



‘인천 부평을’ 홍영표 vs 이동주 총선을 58일 앞둔 12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4선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의 지역 사무소(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 지역에 도전장을 낸 친명(친이재명) 이동주 의원(비례대표)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인천=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이재명 대표는 더 나은 민생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당 대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세력이 있다.”(친이재명계 이동주 의원)

“민주당 시·구의원 전체가 (현역인) 홍영표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친명팔이’ 후보와 경선을 붙인다면 당의 행패 아닌가.”(친문재인계 홍영표 의원 측 관계자)

총선 공천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간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동아일보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찾은 인천 부평을은 친문 현역인 홍 의원에게 친명 비례대표인 이동주 의원이 도전장을 낸 곳으로, 양 진영 간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구 중 하나다. 설 연휴 기간 이 의원은 거듭 이 대표와의 연을 강조하면서 “(친문) 배신자 찍어내기”를 외쳤고, 홍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워 물밑에서 친명계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 “배신자 청산” vs “지역 일꾼론”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 위치한 이동주 의원 선거사무소는 휴일인 12일에도 문을 활짝 연 채 손님을 맞고 있었다.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 의원과 이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부터 눈에 들어왔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친문 핵심인 홍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인천 부평을 출마를 선언하며 ‘친문 청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당 대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낡은 세력은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맞서 홍 의원은 탄탄한 조직 기반을 앞세워 ‘친문 찍어내기’ 흐름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매일 아침 민주당 시·구의원들과 함께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는 홍 의원은 설 연휴 기간 지역 주요 인사에게 전화로 명절 인사를 돌렸다. 홍 의원 측은 “2022년 6월 민주당이 패배한 지방선거에서도 구청장과 시·구의원을 모두 당선시켰다”며 “경선을 앞두고 조직이 똘똘 뭉치고 있다”고 했다.

‘안산 상록갑’ 전해철 vs 양문석 12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3선 전해철 의원(경기 안산 상록갑)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 지역에 도전장을 낸 친명(친이재명) 원외 예비후보자인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후원회 사무소. 안산=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친명-친문 내전은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 상록갑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친문 핵심인 전 의원은 ‘안산에는 전해철’ 슬로건을 내세운 채 지역 발전론을 앞세워 4선에 도전하고 있다. 전 의원은 지난달 22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보좌진을 지역에 상주시키며 경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휴일인 이날도 선거대책회의 참석차 보좌진들이 지역 사무실에 연달아 출근했다.

전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친명 원외 양문석 후보는 앞서 출마 일성부터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명계를 비하하는 표현)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적어 ‘자객 출마’ 논란을 일으켰다. 양 후보는 통화에서 “당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당내 ‘반개혁파’를 다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 의원과 달리 당원의 뜻을 정치적 의사결정에 반영해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 李 “친명-비명 구분은 죄악” 수습에도 갈등 격화
격화되는 당내 갈등에 이 대표는 설 연휴 기간인 9일 “친명 비명 나누는 것은 소명을 외면하는 죄악”이라면서 당내 갈등 진화에 나섰지만 쉽게 수습되지 않는 모습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친명계의 ‘친문 찍어내기’ 논란과 관련해 “당내 갈등과 분열은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며 “어떤 사람과 가깝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친명계의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친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다. 원내대표가 직접 친명계를 향한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투톱 간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맞서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계파가 필요한 사람은 친문이라는 울타리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를 상징하는 핵심 인사들이 심지어 정계 은퇴까지 번복해서 출마하는 것은 유권자로 하여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재평가 요구’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재차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인천·안산=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