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AI 반도체 직접 제조를 위해 최대 7조달러(9300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끈다. 올트먼의 AI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기존 AI 반도체의 절대강자인 엔비디아가 올트먼에 맞서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들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올트먼이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를 포함한 큰손 투자자들을 만나 5조~7조 달러(9300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올트먼의 비전이 실현되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대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 최대 투입 금액인 7조달러는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5270억달러의 1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올트먼의 계획은 AI 반도체 제조를 포함하는데 대만 TSMC나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신에 따르면 올트먼은 중동 등 다양한 투자자, 칩 제조업체, 전력 공급업체가 함께 자금을 모아 AI 반도체 파운드리를 건설한 뒤 기존 칩 제조업체가 생산을 맡는 파트너십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HBM(고대역폭메모리) 메모리 제조 업체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을 양산하고 있다. 양사의 HBM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전 세계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올트먼 CEO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생산시설을 둘러봤고,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과 두 차례 면담하며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SK하이닉스도 곽노정 대표이사 뿐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올트먼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현실 가능할까…아직은 회의론 우세
그러나 올트먼의 이 야심찬 계획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투자 자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현실적으로 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도체는 기업마다 필요로 하는 성능과 규격이 제각각이어서 이미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의 투자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이 경기 변동에 취약한 것도 올트먼의 과감한 투자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도 이 사업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올트먼의 사업 구상이 알려진 뒤 엔비디아가 정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도 주목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