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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한항공이 쓸 만한 비행기를 처분하는 이유… 항공사 기재 변경 총정리[떴다떴다 변비행]

입력 | 2024-02-13 11:47:00


항공사들은 연초에 국토교통부 등에 항공기(기재) 도입 계획서를 제출합니다. 오늘 ‘떴다떴다 변비행’에서는 국적 항공사들이 국토부에 제출한 ‘2024년도 기재 도입 계획’을 바탕으로 어떤 항공기가 들어오고 또 퇴역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특히 올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 자사 항공기를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임대할 예정입니다. 이를 모두 포함해서 항공사별 항공기 운용 계획 및 의미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①대한항공

대한항공 A380-800 항공기. 동아일보DB

대한항공은 올해 총 24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중·단거리용 항공기로 B737-8(MAX)과 A321-200NEO를 각각 6대씩 들여옵니다. 또한 장거리용 항공기로 낙점한 B787-9과 B787-10을 각각 2대, 10대 들여오면서 장거리용 항공기를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항공기들로 차근차근 정리해가는 모습입니다.

처분하는 항공기들이 눈에 띕니다. 연식이 오래된 중·장거리 항공기들의 처분에 속도를 내는 듯합니다. ‘하늘 위의 여왕’이라 불리는 B747 항공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입니다. 대한항공은 마지막으로 한 대 보유하고 있던 B747-400 여객기를 퇴역시키려 처분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점보기로도 불리면서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 나아가는 데 일조한 B747-400도 결국 세월을 이기지 못하네요. B747 계열 여객기의 최신 모델인 B747-8i도 3대를 매각 추진 중입니다. B777-200 3대도 처분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A330 계열 항공기의 경우엔 총 3대를 퇴역시킬 계획입니다. A330-300 2대는 처분할 예정이고, 1대는 2022년 세부에서의 불시착 사고로 인해 운항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A380-800도 3대가 퇴역합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년 안에 A380을 모두 퇴역시키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엔진이 4개이다 보니 정비 및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고, 요즘은 엔진 2개로도 충분히 장거리 성능이 나오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A380은 띄울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항공기는 일정 주기로 중정비를 받고, 그 중 A380의 중정비 주기는 12년입니다. 대한항공의 A380 중 가장 연식이 오래된 항공기들(2010년에 제작된 기종들)이 12년 정비 사이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에 맞춰서 항공기를 처분할 계획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한항공의 항공기 처분 계획 중에는 퇴역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B737-8(MAX)5대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는데요. 이는 진에어에 4대를 임대하고 대한민국 공군에 1대를 임대하는 것입니다. 또한 A330-200 5대와 B787-9 4대를 처분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승인을 얻기 위해서 티웨이항공에 A330-200 5대, 에어프레미아에 B787-9 4대를 임대하는 것입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올해 대한항공에서 퇴역하는 항공기는 13대가 됩니다.

올해 대한항공의 항공기 운용 계획은 한마디로 ‘항공기 라인업의 효율화’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대한항공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항공기 라인업 정리입니다. 다양한 항공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단일 기종으로 항공기를 운영하는 것이죠. 대한항공은 없는 기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일 기종을 운영하려는 요즘 항공사들의 추세와는 조금 다릅니다.

대한항공 B787-9 항공기. 동아일보DB

단일 기종을 운영할수록 정비 및 유지 보수, 운항 및 인력 관리 등 항공기 운영 효율성이 올라갑니다. 이에 대한항공도 오래되고 연비가 좋지 않은 항공기와 엔진이 4개 달린 항공기 (A380, B747)을 과감하게 퇴역시키고, B787-9과 B787-10으로 장거리 기재를 단일화하려는 것입니다. 장거리 항공기인 B777-300 경우엔 내부 좌석 구조를 변경할 계획인데요. 최신형 기재 도입과 내부 인테리어 변경을 통해 장거리 노선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또한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A220-300 10대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돕니다. A220은 캐나다 봉바르디에에서 만든 항공기로 원래 이름은 CS300이었습니다. 에어버스에 매각이 되면서 이름을 A220으로 바꿨는데요. 좌석 수가 140석으로 소형기로 분류가 됩니다. 이 항공기는 엔진 문제도 있고 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A220을 운영하는 항공사가 20곳도 안 됩니다. 대한항공이 A220 10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A220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에어발틱에 매각된다더라, 에어버스에 매각한다더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계획상으로는 올해도 A220을 운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②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총 7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여객기 부문에서는 A321 NEO 3대와 A350-900 2대를 도입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래전부터 에어버스 계열로 항공기 라인업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애초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도입 예정인 A350-900 여객기 2대를 A350F(화물기)로 바꿔서 들여오려는 계획을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올해 B747-400F(화물기) 2대를 도입합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너무 낡아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들여오는 항공기도 B747-400F로 연식이 낮은 항공기는 아닌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시아나 A350-900 항공기. 동아일보DB

또한 B767-300과 B747-400 여객기가 퇴역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B767-300은 국내에서 유일한 B767 계열 항공기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퇴역을 결정하면서, B767은 한국에서 볼 수가 없게 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B747-400을 퇴역시키는데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B747-400 여객기 운항을 종료하면서, 화물기를 제외하면 B747-400도 이제 한국에선 볼 수가 없게 됐습니다.


③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은 B737-8(MAX) 4대를 도입하고, B737-800 3대를 처분합니다. 최신형기인 B737-8을 차근차근 도입하면서 기재 효율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티웨이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항공기 도입을 추진하는 곳입니다. 올해 B737-8은 물론 B737-800도 2대 들여올 계획입니다. 특히 장거리 노선 운영을 위해서 A330-300 2대를 도입하는데요.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에 도입이 돼야 했습니다. 그런데, 항공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항공기 도입이 늦어졌습니다. 올해 A330-300 2대가 예정대로 들어오면 티웨이는 A330-300을 총 5대 보유하게 됩니다. 안정적으로 장거리 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티웨이와 제주항공의 B737-800 항공기. 동아일보DB

도입 계획에는 없지만, EU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승인하면, 티웨이항공은 A330-200 항공기 5대를 대한항공으로 임대받게 됩니다.

▶[단독] 대한항공, “티웨이항공에 기재와 승무원까지도 이관”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1006/121546981/1

이스타항공은 빠르게 항공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파산 직전까지 몰리면서 한때 항공기가 3대까지 줄어들기도 했습니다만, 지난해에 10대까지 항공기를 늘렸죠. 올해는 총 5대를 도입해 항공기를 15대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항공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르게 보유 대수를 늘린 것이 눈에 띕니다.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주인인 VIG파트너스가 공격적으로 도입을 추진했기 때문인데요.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는 애초 15대까지 기재를 늘리고, 후에 지분을 양도하는 등의 단계를 밟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스타항공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④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을 하면 양사 소속 LCC들이 통합됩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묶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진에어는 B737-8을 4대 도입합니다. 대한항공이 도입하는 B737-8을 임대해오는 것입니다. 에어부산은 LCC 중 유일하게 보유 대수가 감소하는 항공사입니다.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을 앞둔 상황이다 보니 항공기 도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에 항공사들이 항공기 도입을 서두르는 것과 비교해보면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연료 효율성이 좋은 A321-200 NEO로 항공기를 갖춰 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에어서울은 변동이 없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정체가 아쉽기만 합니다.

에어서울 A321-200 항공기. 동아일보DB



⑤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흔히 ‘신규 LCC’라 불리는 항공사들입니다. 플라이강원은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고, 주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플라이강원은 올해 6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운항을 위한 자격인 운항증명(AOC)이 없습니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난다고 해도 AOC를 다시 발급받아야 합니다. 과거 AOC를 다시 발급받은 이스타항공의 선례를 보면 AOC를 받는데만도 최소 수 개월이 걸립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수급이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해보면, 새 주인 찾기와 AOC 발급, 항공기 6대 도입이 올해 안에 다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주인을 찾아도 회사를 정비하고 인력을 갖추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어프레미아는 비교적 장거리 노선에 잘 안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여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에어프레미아의 성장에 도움이 됐는데요. 올해 2대의 《◆B787-9》를 도입해 총 7대로 장거리 노선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되면 B787-9 4대를 대한항공으로부터 받게 됩니다. 미국 서부는 물론, 동부, 중부까지도 노선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에어로케이는 올해 A320-200 CEO 항공기를 5대 도입해서 총 10대를 갖춘다는 계획입니다.

올해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 수(여객기 기준)는 지난해보다 27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항공기 대수가 늘어난다는 건 항공 운임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기도 하죠. 운항하는 항공기 대수가 늘어나면 좌석 공급량이 비례해 증가합니다. 항공 운임은 좌석 공급량과 여객 수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올해 항공 운임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인 2019년 수준으로 항공료가 낮아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 대형 항공사 임원은 “해외여행 수요가 견고하고, 물가와 인건비 등 각종 비용도 상승했기에 항공사들이 크게 항공료를 내리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미·중 갈등으로 미·중 직항 노선이 줄어들면서, 한국에서 갈아타는 승객이 많이 증가했는데요. 이런 상황도 항공 운임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항공사들의 항공기 운영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입니다. 시장 상황과 기업 사정으로 언제든 변경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B747과 B767, A380 등 십수 년간 하늘길을 호령했던 항공기들의 퇴역이 아쉽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퇴역 예정인 항공기들을 타보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