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범준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월간윤종신X빈폴‘ 뮤직 프로젝트 ’이제 서른‘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2019.3.26/뉴스1
올해 초 자신의 콘서트 암표 가격이 정가 대비 6배가량 치솟자 콘서트를 전면 취소했던 장범준이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콘서트 티켓을 재발매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NFT 티켓의 발행인과 수령인이 트랜잭션(거래 기록)상 투명하게 공개되는 데다가 이번 콘서트 티켓의 경우 양도가 불가하도록 설정돼, ‘공연계의 골칫거리’인 암표 문제로 고민하던 공연 문화계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이 같은 긍정적인 여론 속 ‘1인당 티켓 하나만 구매할 수 있어서 불편하다. 공연을 같이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고려해줬으면 한다’ ‘구매자 중 어쩔 수 없이 공연을 못 가는 사람들에 한해서라도 제값에 티켓을 팔 수 있게 지원하는 플랫폼도 있었으면 한다’ 등 이번 NFT 판매 정책 이후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모던라이언은 이달부터 진행 중인 장범준의 ‘소리없는 비 내린다’ 공연 티켓 전량을 대체불가토큰(NFT) 마켓플레이스 콘크릿을 통해 단독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번 장범준 콘서트 티켓은 장범준 측의 요청에 의해 ‘암표 근절’을 목적으로 양도가 불가능한 NFT 형태로 판매됐다.
◇ 공연계에선 여전히 골칫거리인 암표 문제…‘양도 불가’ 기술 활용해 해결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공식적으로 신고된 공연 암표 건수는 지난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44건으로 11.8배 늘었다. 이 같은 암표 문제는 국회 차원에서도 논의되고 있으나, 암표 매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 7건은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연업계에서는 가수나 소속사 등에서 자체적으로 암표 문화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방식들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 중 대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 중 설정값이 일치하면 거래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스마트 컨트랙트란 기술을 활용해, 한 사람당 티켓 한 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코드 설정상 제한할 수 있다. 이는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판매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그 예로 이번 장범준 콘서트의 티켓처럼 NFT 형태로 판매가 될 경우, 판매자인 주최 측에서 구매자들에게 각각 NFT를 몇 개 발행했는지와 어느 구매자에게 해당 NFT를 보냈는지, 누가 해당 NFT를 가지고 있는 지를 지갑 주소 형태로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콘서트 티켓의 경우 양도가 불가능하게 설정돼 있어서 발행 이후 양도가 불가능하지만, 양도가 가능하게 설정될 경우 추후 최초 구매자가 누구에게 해당 NFT 티켓을 양도했는지도 트랜잭션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번 장범준 콘서트 티켓 판매처럼 구매 권한을 추첨할 시, 추첨의 공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체인링크의 VRF(Verifiable Randomness Function) 솔루션이 있다. VRF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온체인 상에서 검증 가능한 난수를 무작위로 생성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랜덤 추첨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
모던라이언의 콘크릿 NFT 마켓플레이스에 게시된 장범준 콘서트 티켓 관련 내용. (콘크릿 애플레케이션 캡처
다만 NFT 형태로 판매되는 모든 티켓들이 양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던라이언에 따르면 기본적인 NFT 형태는 양도가 가능한데, 해당 플랫폼에 티켓 판매를 의뢰한 신청자에 따라서 양도 가능과 양도 불가능을 설정할 수 있다. 이번 장범준 콘서트 티켓의 경우, 암표 문화 근절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초기 판매부터 양도가 불가능한 형태로 NFT가 배분된다.
모던라이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장범준) 콘서트 티켓의 경우 초기부터 다른 지갑으로 전송하지 못하도록 코드에 적혀있다”며 “추후 (판매될) 다른 티켓들의 경우, 아티스트의 목적에 따라서 양도 가능 여부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던라이언 관계자는 나아가 “NFT 형태로 콘서트 티켓을 판매하는 것이 꼭 암표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NFT를 활용하면 크리에이터 로열티나 양도 시 주최 측이 일부 가져가는 로열티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티켓이 판매될 경우 건전한 리셀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NFT 형태로 판매하는 콘서트 티켓을 초기부터 양도가 가능하게 설정해놓을 경우, 콘크릿의 운영사 모던라이언은 해당 티켓을 리셀할 수 있는 리스팅 플랫폼도 지원한다. 정식으로 판매된 NFT와 흡사한 이미지를 사용해 ‘가짜 NFT’를 판매하는 등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 ‘디지털 소외 계층에 구매 장벽 생긴 것 아니냐’ 비판엔 “기존 앱 이용과 같다”
일각에서는 웹3, 즉 기존 인터넷에서 한층 더 나아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다 보니 기술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계층에는 더 큰 구매 장벽이 생긴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다만 모던라이언 관계자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콘크릿의 사용 방법이 일반적인 이커머스와 전혀 다른 게 없다”며 “서비스 개발 초기부터 이용자들이 (웹2와 웹3의 차이를) 체감하지 않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실제 콘크릿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뒤 가입을 하면 자동적으로 해당 계정에 가상자산 지갑이 만들어진다. 이후 이용자가 콘크릿 마켓플레이스에서 NFT를 구매할 경우, NFT를 판매하는 판매자가 구매자의 지갑 주소에 해당 NFT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이를 이용자가 체감하지는 않기 때문에 기존 이커머스와 다르지 않은 이용자 경험을 갖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번 티켓 판매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블록체인과 NFT를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 앱에서 응모하는 방식은 콘서트 관람 희망 날짜를 설정하고 본인 인증 등의 절차만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콘서트 응모 방식과는 크게 다르지 않아 사용자 경험면에서는 이질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다만 티켓 구매 제한이 1인당 1개씩으로 제한돼 있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관람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는 정가에 다른 판매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이 지원됐으면 한다는 반응도 있다.
장범준 NFT 티켓 구매를 고려한 한 응모자는 “콘서트를 두 명 이상 같이 가서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를 고려해서 구매제한을 2인 이상으로 풀어줬으면 한다”며 “암표 문제가 걱정된다면 응모할 때부터 같이 갈 사람들과 함께 응모하는 시스템도 괜찮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응모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공연에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정가에라도 양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며 “추첨을 돌리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 같기 때문에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