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를 둘러싼 재판의 1심 판결이 3년 만에 내려졌다.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바 분식회계 의혹 관련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기업 회계 측면에서도 큰 교훈을 남겼다.
이번 사건은 2015년 삼성이 이 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 주가를 부풀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조작하려 했고, 그러기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바에서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국민이 분노할 만한 이야기지만 사실이 아니다.
논란이 된 회계 처리는 합병 후 벌어진 일이라서 합병 전 제일모직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므로 검찰은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를 받아 이 회장 등을 기소할 때 이렇게 명확히 틀린 주장을 내세울 수 없었다. 그래서 검찰이 기소할 때는 ‘삼성이 합병 비율을 사후 합리화하려고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주장이 살짝 바뀌었다. 외부에 널리 알려진 분식회계를 저지른 이유와 실제로 검찰이 기소한 내용이 다른 것이다.
삼바의 상장 전 재무제표를 조사한 공인회계사회는 이 회계 처리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가 이 건을 최초로 문제 삼자, 금감원은 조사를 수행한 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다가 2017년 정권이 바뀌자, 금감원은 재조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분식회계”로 의견을 바꿨다.
참여연대는 “2015년 사업의 미래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해 평가를 할 수 없는데 기업가치를 5조 원으로 부풀려 평가해 막대한 이익을 적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바는 “2015년 말 약품 개발에 성공하고 판매 승인을 받았으므로, 사업 성공이 충분히 예상되고 신뢰할 만한 가치평가가 가능해졌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처음엔 참여연대의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삼바의 시가총액이 오히려 상승해 평가된 금액 5조 원을 훨씬 뛰어넘자 ‘가치를 부풀려 평가해 막대한 이익을 적었다’라는 말을 뺐고 ‘사업 성공이 불확실한데 가치평가를 했다’는 주장만 남겼다.
그러다 삼바 주가가 더 상승하고 사업 성공이 명확해지자, 금감원은 ‘바이오시밀러 약품 개발이 쉽기 때문에 2011년 회사 설립 시점부터 가치가 높다는 것이 충분히 예측됐고 신뢰할 만한 평가가 가능했다’며 처음 주장과 거의 정반대로 견해를 다시 바꿨다. 분식회계라는 답은 사전에 정해져 있고, 상황에 따라 논리를 끼워 맞추는 듯한 모습이다. 이 마지막 주장이 검찰이 기소한 분식회계의 핵심 내용이다.
이처럼 금감원의 주장이 자꾸 바뀌었으니, 다수의 학자나 회계사들이 “정치가 회계의 영역까지 나서느냐”며 강하게 반발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 가지 주장 중 무엇이 더 합리적인지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약품 개발이 쉽다는 말에 동의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다수 회계 전문가는 삼바의 견해만 옳다는 게 아니라, 이 견해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기업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국제 회계기준 취지에서 볼 때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다른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이 판단도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본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