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따금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그만큼 달이 신비롭게 여겨지니 그렇다. 그것이 아무리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이라 해도 달은 여전히 신비의 대상이다. 나바호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달을 신성하게 여긴다. 그런데 그들을 발끈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2024년 1월에 있었던 일이다.
나사의 민간 우주 탐사 일환으로 무인 착륙선 페레그린을 쏘아 올리는 계획이 알려졌다. 문제는 인간의 유골과 유전자(DNA)가 담긴 66개의 캡슐을 싣고 가서 놓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공상과학소설의 거장 아서 클라크의 유골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바호 인디언들은 신성한 달을 인간의 묘지로 삼겠다는 발상에 아연실색했다. 그랜드캐니언은 그토록 아끼면서도 신성한 달은 그렇게 모욕하려 들다니. 그렇다고 그들이 달을 탐사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수천 년에 걸친 경배의 대상인 달을 훼손하지 말라고 애원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인디언들이 들고일어나 백악관에 청원까지 했어도 탐사선은 예정대로 발사되었다. 그들에게는 큰 상처였다.
계획대로 되었더라면 그것은 1972년 이후로 달에 착륙한 첫 미국 탐사선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술적인 이유로 달에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지구의 대기권으로 돌아와 태평양 상공에서 자체 폭발해 어딘가로 사라졌다. 66명의 유골과 DNA가 담긴 캡슐들도 사라졌다. 태평양 어딘가가 그들의 묘지가 되었다. 달을 인간의 묘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나바호 인디언들의 바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