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분산기업 사례로 본 문제점 금융권은 추천위 두고 상시 검증 “차기CEO 후보 외부 공개 늘려야”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낙점됐지만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 포항시의 한 시민단체가 성명서를 내고 12일 “‘호화 출장’에 연루된 사외이사들이 선발한 결과는 무효”라고 주장하는 등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마무리된 뒤에도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포스코가 다른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의 사례들을 참고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회장 선출 절차에서 가장 문제로 꼽힌 것은 ‘그들만의 리그’다. CEO 재직 시절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셀프 연임’을 돕도록 참호를 구축하고, 선출 절차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비판을 받아왔던 여타 소유분산기업들은 주주 참여를 늘리는 방식으로 문제 극복에 나섰다. KT는 지난해 사장 선임 절차 도중 6개월 이상 주식을 0.5% 넘게 보유한 주주 등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한 뒤 사장 선정 절차에 재돌입했다. 이후 주주총회에서도 후보에 대한 의결이 이뤄지기 위한 요건을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높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아예 과점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이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사외이사 6명 중 5명은 과점주주들이 선임했다. 주주들의 바람에 따라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CEO가 선출되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잡음이 덜 나오는 편이다.
차기 CEO 후보군을 육성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17년부터 5년 내 CEO가 될 만한 핵심 인재를 따로 뽑아 관리하지만, 대상 인원이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외부에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KB금융지주는 10여 명의 후보군을 선발해 이들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명단을 업데이트한다. 매년 6∼7월 내부 후보자들이 사외이사들에게 경영 현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8∼10월 중에는 ‘퓨처그룹 CEO 코스’를 열고 경영 자문 토론회 등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권 소유분산기업들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상시 운영해 수년에 걸쳐 후보들의 역량을 검증하는 구조를 갖췄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에는 현직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3개월 전에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지는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지적이 계속되자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12월 ‘회장 후보군 관리위원회’(가칭)를 이사회 산하의 상설 위원회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다음 회장 선출 때부터 적용되는 데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