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마약에 취해 돌아다니는 노숙자들. 유튜브 킴게리 영상 캡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지난해 타계한 불세출의 재즈싱어 토니 베넷이 마음을 남긴 땅. 그가 지금 고향을 목도하면 얼마나 마음 시릴까. 미국인이 가장 살고픈 도시였던 ‘골든 시티’가 “좀비로 파멸된 불모지(zombie-apocalypse wasteland)”(디 애틀랜틱)가 되다니.
샌프란시스코(SF)의 추락은 마약 탓이다. 미국은 팬데믹 시기 중국발(發) 마약 ‘펜타닐’의 공습을 온몸으로 맞았다. 특히 SF가 초토화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마약 남용 사망자는 전국 평균 10만 명당 30명 안팎. 한데 SF는 60명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는 마약으로 806명이 숨지며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양환 국제부 차장
아이러니한 건, 세기말 유럽의 한 나라도 엇비슷한 일을 겪었건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거기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기조 아래 2001년 마약 소지·투약을 경범죄로 낮췄다. 중독자 건강 회복에 주력하는 ‘해악 감소(Harm Reduction)’ 정책을 펼친 대목도 닮았다. 바로 포르투갈이다.
이 나라도 1990년대 수도 리스본이 “헤로인의 본산”이라 불릴 만치 마약 문제가 엄청났다. 하지만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포르투갈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 남용 사망자 0.6명. 유럽 29개국 가운데 22위로 청정해졌다.
이리도 엇갈린 이유가 뭘까. CNN에 따르면 SF 시의회가 ‘리스본 해법’을 배우러 연수도 다녀왔건만.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법이라도 ‘집행 태도(enforcement attitude)’가 사뭇 달랐다”고 짚었다.
포르투갈은 마약이 중범죄가 아니어도 단속의 고삐를 풀지 않았다. 하루라도 구금하고 벌금을 물렸으며, 관찰 대상으로 추적했다. 잡아둘 땐 끈질기게 금단치료를 권했다. 당시 정책에 관여한 주앙 골랑 박사는 “거부하면 ‘강제 설득’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인구 다수가 가톨릭인 포르투갈은 “마약은 나쁘다”는 공감 아래 중독치료 시스템에 전념했다. 하나 샌프란시스코는 ‘신체 자치권(body autonomy)’ 보장을 이유로 마약마저 개인 선택으로 봤다. 포르투갈은 갱생이 목표였지만, SF는 범죄 억제가 먼저였던 셈이다. 그 결과는, 다들 아는 대로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대로 주저앉는 걸까. 다행히 최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역방송 ABC7에 따르면 Prop. 47 개정 운동이 시작됐고, 고향을 살리려 비어가던 도심에 재입주하는 회사들도 생겨났다. 제발 아름다운 도시를 가슴에 묻는(I left San Francisco in my heart) 일은 없길. 그래야 베넷도 특유의 “높은 구릉(High on a hill)” 어딘가에서 환하게 미소 짓지 않겠나.
정양환 국제부 차장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