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찬반 팽팽, 비대위서 계속 논의 “정부 강경 방침에 파업 부담” 의견도 의협 오늘 회견-내일 궐기대회 개최 정부 “4월前 의대별 증원 인원 확정”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집단 휴업(파업)을 예고했던 전공의 단체가 파업을 유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개별 사직 등의 방식으로 단체행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전공의 총회 “파업 찬반 팽팽했다”
한 참석자는 “대의원들의 의견이 다양해 의견을 모으기 어려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참석자는 국민 80% 이상이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고, 정부가 의사면허 취소까지 거론하며 강경 방침을 밝힌 것에 부담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찬반 의견이 팽팽하자 대전협은 파업 돌입 대신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가 모두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대형병원 최일선에서 수술과 진료를 담당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파업하면 진료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진다. 또 2020년처럼 의사 총파업의 기폭제가 될 수 있어 정부와 의료계 모두 총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비대위 전환은 당장 파업하기보다 전열을 가다듬고 박 회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해 보다 효율적으로 단체행동 방향과 시점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수도권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과거 파업 때도 대의원총회부터 실제 파업까지 몇 주 걸렸다”며 “단체행동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수도권 병원 전공의는 “4년 전 파업과 달리 이번엔 정부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전공의도 꽤 있다”고 했다.
역시 비대위를 꾸린 대한의사협회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정부 대응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또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의대생들도 13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동맹 휴학을 포함해 의대 증원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의료계에서 반발 움직임이 확산될 불씨도 여전하다.
● 정부 “내달 대학별 증원 규모 발표”
정부는 불법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전공의들의) 입장 표명이 없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법을 어기는 행위를 사후에 보완(구제)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했다. 또 박 차관은 정부가 총선 이후 의사단체와 타협할 것이란 일각의 관측을 부인하며 “4월 전 학교별 증원 인원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대규모 파업 대신 개별 사직서 제출이나 인턴을 마친 후 레지던트 지원을 포기하는 방식 등으로 항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의 한 주요 병원 관계자는 “인턴들은 대부분 2월 말 과정을 마치는데 단체로 레지던트에 지원하지 않으면 전공의 인원이 크게 줄면서 진료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